건강이 최고라 했는데
건강이 최고라 했는데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3.07.0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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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지난 주 음성체육관에서 음성보건소와 여성단체협의회의 주관으로 ‘건강한 모유 수유아 선발대회’가 있었다.

생후 4~6개월까지의 아이들이 그 대상이었는데 참가하는 아기들이 생각보다 적었다. 그만큼 농촌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는 의미일 테고 특별히 결혼이주여성의 아이가 3분지 1을 차지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일이었다.

오래 전 00유업에서 해마다 우량아선발대회를 개최했고 모유보다는 우유를 먹여야 건강하게 자란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생활수준이 낮았던 시절이라 잘 먹지 못해 영양이 없는 엄마젖보다 분유를 먹인 아이가 더 튼튼했을 거라고 나름 추측해 봤다.

남편도 우량아선발대회에 나가 3등을 했다고 시어머니께서 자주 말씀하셨다. 상품으로 분유를 받았는데 젖을 더 좋아해서 이웃에 사는, 젖이 적은 아이에게 줬다는 말씀도 곁들이셨다. 분유를 먹지 않고 모유를 먹었으나 다른 아이들보다 남편이 훨씬 더 토실토실했었다는 얘기를 지금도 자주 하신다.

모유에는 분유보다 면역성분과 영양분이 많아 면역성을 높여주고 유당, 타우린, DHA등은 뇌세포 성장을 돕는다고 한다. 그 결과 분유로 자란 아이에 비해 IQ가 평균 8.3배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엄마 품에서 모유를 먹는 동안의 따뜻한 분위기 때문에 분유를 먹는 아이보다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 위에 젖을 먹이는 엄마 또한 신경자극이 이루어져 자궁수축과 체중조절에도 도움을 준단다.

최근 들어 모유가 좋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많아서 우리나라의 수유 비율을 그리 높지 않다. OECD국가 평균치인 24.3%를 웃돌고 있는 정도며 그나마도 최근 들어 수치가 높아진 것이라 해서 또 한 번 놀랐다.

아기들이 심사를 받을 동안 잠깐 휴식 시간이 있었고 그 때 안내소에 접수된 엄마 아빠의 메시지를 보았다. 참가했던 50명 남짓 아기들의 부모는 모두 모두 첫머리에 건강을 기원했다.

“건강하게 자라고~~ ” “아프지 말고~~” 라는 게 첫마디였고 그 다음이 어떻게 자라라는 소망이 들어 있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두 아이가 아가였을 때는‘건강하게만 자라라’였는데 오늘도 재수하는 작은아이가 감기가 걸려 병원 간다고 학원에서 외출한다는 문자를 받고 속으로 ‘참 여러 가지한다. 재수하면서“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정신으로 하면 안 되나’라고 중얼거렸다. 자라면 자라는 만큼 욕심과 기대가 커지는 것인지 아무리 다짐을 해도 그 마음이 사그라지질 않으니 나 자신 생각해도 딱한 일이다.

아기가 때어날 때의 모든 엄마들 소원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었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건만 자라면서 건강한 것은 당연한 일로 치부된다. 나 자신부터 생각을 바꿔야겠다. 아이는 부모의 예속물일 수 없으니 아이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고, 부모의 역할은 비비고 일어설 언덕을 조성해 주는 것까지가 아니겠는가

처음 태어났을 때 단지 건강하게 자라기를 소원했던 순수하고 원초적인 부모로서의 마음가짐을 수시로 뒤돌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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