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교사의 결혼식 주례
어느 교사의 결혼식 주례
  • 김명철 <충북교육과학硏 교육연구사>
  • 승인 2013.07.0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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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명철 <충북교육과학硏 교육연구사>

“신랑은 신부한테 반했습니까? 신부는 신랑한테 반했습니까?, 지금도 반하고 있습니까? 앞으로도 반하고 살 겁니까?“ 이 질문은 필자가 주례사를 할 때 항상 써 먹는 내용이다.

‘반하다’는 의미를 사전에 찾아보면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같이 쏠리다’라고 되어 있다. 흔히 필(Feel)이 통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절반을 의미하는 1/2, 0.5를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장점을 극대화 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살아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연애를 할 때는 서로의 단점 보다는 장점만 보인다. 그러나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단점과 부족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때문에 혼인식을 하는 이 시점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단점과 부족한 점, 그 절반을 책임지겠다고 주례와 하객들 앞에서 다짐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제자들 결혼 주례 하느라 주말이면 바쁘게 생활한다. 아직은 결혼 주례를 설 나이가 아니라고 아내는 늘 핀잔을 준다. 하지만 나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신나게 제자들의 결혼식을 찾아간다. 선생 노릇 잘하면 제자를 키울 때 신나고, 졸업한 후에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직업이 교사 말고는 어디에 있으랴 그래서 맹자께서 ‘득천하영재하여 교육하는 일’이 군자3락 중 하나라고 한 것 같다. 그러나 굳이 영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자들을 진실된 마음으로 대하고, 열심히 가르치면 얼마든지 군자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교사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이 뛰어나거나 무슨 훌륭한 스승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적인 만남 때문에 나를 결혼식 주례로 세워주는 것 같아서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결혼식 주례를 특별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첫 번째가 신부가 움직이면 하객들을 무조건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치도록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의 행진에 축하를 하기 위해 온 분들이 그저 앉아서 박수를 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그렇게 한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입장에 온 하객들이 기립 박수로 축하와 축복을 보내는 모습을 보는 당사자인 신부는 물론이고 신랑과 온 가족과 하객들도 감격해 한다.

 두 번째는 혼인서약을 신랑, 신부 본인의 목소리로 하객들께 직접 읽어서 선언을 하도록 한다. “신랑은…하겠습니까?” “예” 이런 식의 혼인서약이 왠지 피동적이고 억지 같은 생각에 나는 결혼식이 시작되기 30분전에 신랑과 신부를 찾아가서 미리 사인을 받고, 혼인서약을 읽는 연습을 시킨 후에 자신들의 목소리로 직접 읽도록 한다. 물론 이 혼인서약문은 예식을 마친 후 신랑, 신부에게 전달해서 사진첩에 잘 보관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주례사를 한 뒤에 주례사를 인쇄해서 주고는 첫날밤에 반드시 읽도록 숙제를 준다. 그리고 결혼 기념일 마다 이 주례사를 읽고 그렇게 살았는지 서로에게 다짐을 하도록 한다.

벌써 20번을 넘게 주례를 했지만 여전히 두렵고 떨린다. 그 이유는 내가 그렇게 살았는지를 돌아보고, 앞으로도 내가 제자들에게 해준 말처럼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희망 덩어리 신랑, 신부에게 격려와 칭찬과 축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므로 더 없이 신나고 행복한 일로 생각하고, 이번 주말에도 신나게 결혼식 주례를 하러 예식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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