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조세피난처(租稅避難處)는 없는가
지방세 조세피난처(租稅避難處)는 없는가
  • 이상환 <충북도 세정과주무관>
  • 승인 2013.07.0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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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상환 <충북도 세정과주무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 북대서양 카리부제도 안에 위치한 36개 섬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대표적 조세피난처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버진아일랜드가 조세피난처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본국인 영국의 간섭을 거의 받지않는 자치령으로 세금이 낮고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버진아일랜드에는 약 12만개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2013년 4월 한국인 70명이 버진아일랜드에 금융계좌나 페이퍼컴퍼니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큰 파문이 일어난 바 있다.

이와 같은 보도와 관련, 그렇다면 과연 지방세 분야는 조세피난처와 같은 곳이 없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지방세 주요 재원인 취득세 등은 납세의무자가 취득한 물건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취득물건이 소재한 시·군에 신고하고 납부하는 자기부과제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재산세, 자동차세 등의 세목은 과세관청이 직권 과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세관청에서는 지방세 세목과 과세방식에 관계없이 탈세와 과세 누락분에 대하여는 정기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다.

반면, 산업단지에 입주할 기업이 취득한 ‘산업단지 내 토지와 건축물’(이하 ‘산업단지 내 부동산’)에 대하여 취득세와 재산세(5년간)를 면제하는 것은 물론 정부지원금까지 지원해 주고 있으나, 그 취득일부터 일정기간(3년) 이내 고유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입주를 지연하거나 포기한 경우에는 기 감면한 취득세 등을 추징하도록 지방세특례제한법에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자치단체에서는 사실관계 판단의 어려움과 투자유치 기업에 대한 예우, 취득세는 도 귀속재원이라는 이유 등으로 추징대상이 아닌 것으로 검토하여 감면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사례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과세권을 포기한 과세권자에 의한 추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호막이 형성되고, 둘째 세무조사 등을 통하여 추징하더라도 장기간(1~8년)의 취득행위 조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탈루세원을 포착하기가 쉽지 않은데 있다. 셋째 투자유치 기업이 취득한 산업단지 내 부동산은 취득한 날부터 일정기간 경과 시 부과제척기간(소멸시효) 경과로 추징이 불가능하여 도세 세수결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버진아일랜드와 같은 조세피난처를 과세권자 스스로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세무공무원은 지방세 비과세·감면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대법원 판례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에서는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과세요건 사실이거나 비과세 요건 사실이거나를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엄격하게 하여야 하고 확장해석이나 유추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대법원 선고 98두1192 판결)고 판시하고 있는 취지로 볼 때 수도권 등에서 지방으로 이전하여 각종 정부지원금을 받는 산업단지 입주기업이라도 다른 납세의무자와의 과세형평 차원에서 지방세 비과세·감면제도는 엄격히 운용할 필요가 있다.

금년도 충북도 세무조사에서는 A기업이 산업단지 내 부동산 취득일부터 7년 11개월이 경과하고, 과세권자 추징 포기일부터 4년 11개월 경과로 부과제척기간(소멸시효) 만료 1개월 앞두고 조세피난처에 은닉된 취득세 등 도세 18억 원을 추징한 바 있다. 또한 하반기 세무조사에서도 지방세 조세피난처 뿐만 아니라 고의적이고 지능적인 탈세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하여 공정한 과세를 구현하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명심보감에 ‘견인지선 이심기지선(見人之善 而尋己之善)’이란 말이 있다. ‘남의 선한 일을 보면 자신도 착해지려고 노력하라’는 뜻이다. 우리도 지방세를 성실히 납부하여 납세자 품격을 스스로 높여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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