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엘리트 교육 기관일까?
대학이 엘리트 교육 기관일까?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7.0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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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80년대 대학에서 학생과 처장이 누가 대학의 주인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처장의 주장 : 학생들은 4년 지나면 졸업해 나가지만 교수들은 2~30년 동안 재직하면서 학교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교수들이 주인이다.

학생의 주장 : 학생이 없다면 대학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주인이다.

요즈음 대학의 토론 문화를 생각하면, 이와 같은 논쟁을 벌였다는 사실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어찌됐든 논쟁의 당사자들 서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당시의 대학 진학률이 25~30% 정도였기 때문에 대학생이 되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고, 소속 대학에 대한 애착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소수의 학생들만이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교수들도 학생들을 사회지도층으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을 시켰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대학 진학률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특별히 문제가 있지 않는 한 대부분의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대학이 소수의 엘리트가 아니라, 대부분의 고교 졸업생을 위한 보통 교육기관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대학생활 실태를 조사해보면 요즈음 대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수업에 몰입하지 않으며, 교수와의 소통이 활발하지 않고, 문화 활동이나 동아리 및 학생회 활동에도 소극적인 편이다. 나아가 대학에의 소속감도 미약한 편이며, 그에 따라서 자신들이 대학의 주인이라는 의식도 약하다.

대학은 예나 지금이나 교육기관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가르치는 교수나 배우는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의식이 없다면 교육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소속감이 별로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교육이 성공할 수 있을까? 어려울 듯하다.

80년대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대학진학률이 30%대에 머물던 90년대 초반에 학생이었던 사람들이 이제 대학교수들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곧 엘리트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교수가 되어 보통교육기관이 된 대학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교수들은 자신들의 대학 생활 경험 때문에 대학을 엘리트 교육의 산실로 생각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대학생들은 교수들의 전공지식과 능력, 자질을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교수들과의 소통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다.

훌륭한 교수들에게 교육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은 대학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기를 부여받고 있지 못하다. 대학이 고급 지식의 전수 기능은 구비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삶까지 보살피는 훈육의 기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교수들이 생각하는 대학과 학생들이 바라는 대학 사이의 불합치(mismatch) 때문에 나타난다. 이런 불합치 현상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대학교육의 미래는 밝지 않다.

최근 20여년 동안 한국의 대학이 엘리트 교육기관에서 보통교육기관으로 변모하였다는 점은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학 진학률이 80%라면 대학은 더 이상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다수의 보통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되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교육 개념의 변화, 즉 엘리트 중심 교육에서 보통학생들을 위한 보편교육으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대학의 교육과정과 제도에 보통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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