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세대의 지혜
노인세대의 지혜
  • 김광홍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장>
  • 승인 2013.06.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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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광홍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장>

우리나라는 2000년도에 노령 인구가 전체 인구 중 7.2%에 이르러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으며 2019년에는 14.4%가 넘어 『고령사회』로 변모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그 시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늦었으나 진행속도는 세계 여러나라 중 가장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는 사회구조에 대비하는 각종 제도의 준비가 미흡하고 노인세대들 또한 자신들의 노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시대의 흐름에 떠밀려 가고 있는 형편이다.

오늘의 우리 노인세대들은 일제 강점 말기와 8.15 해방 후 건국 과정에서의 혼돈, 6.25 전쟁의 참상을 고스란히 겪은 뒤, 60~70년대 개발시대의 빈곤탈피, 80~90년대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의 갈등을 고스란히 겪으면서 마침내 『세계속의 한국』으로 우뚝 서는데 역할을 다 해낸 세대들이다.

이 세대들은 성장의 과실을 손 안에 넣고도 자신들의 행복을 자식세대들에 나누어 주느라 노후설계 준비를 소홀히 하게 되었고 오늘날 대부분이 빈곤과 설움의 굴레에서 고통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핵가족화, 맞벌이부부의 증가로 고독과 고립,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 상실에 따른 소외감에 더욱 위축되고 참담함을 안고 살아가는 형편이다.

지금 사회전반의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나이 먹은 사람들의 후퇴나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것이 잦아지고 있으나 고령자들의 오랜 경륜에서 오는 지혜, 통찰, 판단력은 소중한 자산으로 국가나 사회발전에 동력이 되는 것이기에 정부나 기업, 가정은 노인들의 잠재력 활용과 복지제도 개선 등으로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예부터 노인의 지혜와 슬기에 관해 전해져 오는 전설이 있어 소개한다. 우리에게 교훈이 될만하다.

옛 풍습에 고려장이란 장례제도가 있었다.

노인이 되어 쇠약하거나 중병에 걸린 노부모를 산속에 버려두었다가 죽은 뒤에 그 현장에서 바로 매장하는 어찌 보면 천륜을 저버리는 비정함이라 하겠다.

고려시대 한 지방관리가 늙고 병든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깊은 산속으로 올라가서 내려 놓은 뒤 눈물을 펑펑 흘리며 마지막 인사로 큰 절을 올렸다. 그러자 말없이 아들의 지게에 업혀온 노모는 “얘야! 네가 내려갈 때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올라오는 길에 나뭇가지를 꺾어 놓았다. 조심해서 잘 내려가고 부디 애들 잘 키우거라” 하며 눈을 힘없이 뜬 채 자식의 얼굴을 애잔하게 쳐다보는데 노모의 그 마른 눈에서 엷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자식만 걱정하는 노모의 이 말에 마음이 더욱 슬퍼진 관리는 도저히 발길이 안 떨어져 결국 다시 모시고 내려와 국법을 어겨가며 몰래 정성껏 봉양하였다고 한다.

옛날 조선시대 어느 날 명나라에서 사신이 왔는데 똑같이 생긴 노새 두 마리를 보여주며 “어느 것이 어미이고, 어느 노새가 새끼인지 알아내라. 만약 맞히지 못하면 조공을 세배로 올려 받겠다” 고 통첩을 했다. 조정에서는 왕을 비롯한 대소 신료들이 우왕좌왕하며 난리가 났다.

그 중 한 관리가 퇴청하여 집에 가서도 안절부절 못하자 노모는 자초지종을 들은 뒤 “두 노새를 굶긴 다음에 여물을 주렴. 그러면 먼저 허겁지겁 먹는게 새끼란다”고 일러 주었다. 결국 노모의 현명한 해답이 당시 조정의 어려움을 구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위와 같은 사례는 노인의 경륜과 지혜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는 일화이다.

또한 오늘의 노인세대들은 예부터 면면히 이어져 오는 우리네 미풍양속의 마지막 수호자로서 역할도 다 하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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