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對 F
T 對 F
  •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3.06.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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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우리 과원들이 우르르 술 한잔하러 갔다. 특별한 계기 없이 누군가 주동하여 갔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거움도 잠시 이제 계산해야 할 시간이다. 모두 발그레한 얼굴로 계산대 앞을 왔다 갔다 한다. 이때 S 장학사가 나타나 카드를 북- 하고 긁는다. “헉-, 왜 S 장학사가 술값을 내지?” 멋있어 보인다. 사나이답다….

S 장학사는 대리운전으로 집에 가서 땅을 치고 통곡한다. “내가 왜 술값을 냈지….”

성격심리에서 가장 흔히 다루고 주의를 끄는 주제는 외향형(Extraversion)과 내향형(Introversion)이다. 남녀 간에 교제할 때에도 “그 사람 성격이 어때?”하면 대개 외향·내향형을 따진다. 그런데 실제로 인간관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부딪침이 많은 부분은 그 사람이 사고형(T·Thinking)이냐 감정형(F· Feeling)이냐에 있다. 앞에서 예를 든 S 장학사는 전형적인 F형이다. F형과 반대의 위치에 있는 것이 T형이다.

감정형(F형)은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등 사람중심으로 결정을 내린다. 다른 사람의 기분에 민감하고 자신의 결정이 그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원리원칙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데 더 신경을 쓴다.

사고형(T형)은 객관적인 사실보다 내면의 자기 이념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된다. 이것이 지나치면 객관적 현실은 무시하고 자기 주관밖에 모르는 사람이 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을 중시하므로 자기가 아는 것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데 서투르다. 사람 관계에서도 좋은 사람은 무조건 좋고 싫은 사람은 무조건 싫어하는 맹목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사무실에 한 노인이 들어와 물건을 팔아달라고 사정을 한다. 사고형은 그 물건이 필요한 것인지, 품질은 어떤지, 가격은 어떤지 등에 관심을 가진다. 감정형은 물건을 팔아주지 않으면 노인의 마음이 상하지 않을까, 미안하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등에 관심을 기울인다. 즉, 사고형은 생각을 많이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판단을 할 때의 기준(객관성과 원리원칙에 입각)을 뜻하며, 감정형은 사람과의 관계를 판단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앞의 술집 예시에서 사고형(T형)인 L 장학사는 맛있게 한잔하고 계산대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다. 자신이 계산을 해야 할 객관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유 없이 계산을 하는 S 장학사를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다. S 장학사는 이런 L 장학사를 정 없는 사람, 모진 사람으로 볼 수도 있다.

MBTI(성격유형검사)에서 사고형(T)과 감정형(F)은 서로 부딪친다. 감정형이 보기에는 사고형은 딱딱하고 인간미가 없고 원리원칙밖에 모른다고 생각된다. 사고형이 보기에는 감정형은 끊고 맺는 것이 없고 우유부단하고 사람이 물러 보이며, 상황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같은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 참 이해가 안 되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성격유형과 그 사람의 유형을 비교해 보라. 특히 T와 F를.

성격은 가치중립적이다. 어떤 형이 좋고 어떤 형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타고난 성격에 기초해 발달한 그 사람의 인격(人格)이다. 칼 융은 가장 자기다운 자기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격유형론을 발표했다. 융은 말한다. “F형인 나는 F형의 삶을 살아가고, T형인 너는 T형의 삶을 살아가라. 다만,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는 것은 너와 나의 인격의 몫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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