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과 반공유격대
NLL과 반공유격대
  • 김훈일 <문의성당 요한 주임 신부>
  • 승인 2013.06.2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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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훈일 <문의성당 요한 주임 신부>

인천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한국전쟁의 전세가 역전되어 국군과 연합군의 북진이 진행됐지만 당시 구월산을 중심으로 한 재령강 서쪽지역에는 아군이 진주하지 않음으로써 지하에 숨어살던 많은 반공 무장청년들이 자치적으로 치안대, 자위대, 특공대 등을 조직하여 향토치안을 유지하며 잔류 북한군과 교전을 하였다. 그러나 중공군의 개입으로 아군이 철수하게 되자 이 지역은 피난길조차 차단당한 채 완전히 고립되고 말았다. 이에 각 지역의 반공무장 청년들은 산속을 전전하면서 북한군과 지방 공산당원 그리고 중공군에 항쟁하는 유격대로 변하게 된다.

북한군은 유격대로부터 예상외의 큰 타격을 받게 되자 1951년 4월 제17사단과 중공군의 일부를 동원해 유격대를 토벌하기 위한 본격적인 대유격 작전을 시작한다. 유격대들은 결국 서해안 일대의 섬들로 후퇴하게 되며 각 지역의 유격대를 모아 구월산 유격대를 탄생시켰다. 병력은 약 2500명이나 됐다. 이에 1951년 초 한국군과 연합군사령부 정보국은 적 후방 지역에 대한 정보수집과 필요한 경우 유격전을 전개하기 위하여 백령도에 표범기지사령부를 설치하여 각 도서에서 활동 중인 반공무장 유격대에게 제한된 무기, 탄약, 식량, 피복 등을 지원하게 된다.

서해안 섬들을 거점으로 북한의 후방을 교란하는 유격대의 활동으로 북한군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북한에 해군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반공유격대의 후방기습으로 인해 북한군은 전선에서의 병력소요에도 불과하고 막대한 규모의 병력을 후방 해안방어에 돌려야만 했다. 서해안의 섬들은 대부분 유엔군의 지배하에 있었고 유격대의 거점이었으나 전쟁은 휴전조약 체결로 나아가고 있었다. 연합군은 조속한 휴전조약 체결을 위해 서해 5도를 제외한 북한의 섬들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서해 섬들을 거점으로 하는 유격대의 활동과 한국군의 후방교란은 계속됐다. 휴전조약 체결 후 유엔군 사령관이었던 미군 클라크 장군은 휴전조약의 이행을 위해 유격대와 한국군의 바다를 이용한 후방 전투를 차단하고 차후 이런 식의 공격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는 북측의 불안을 없애주기 위해 연합군 해군이 그 선을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미로서의 NLL을 선언하게 된다. 북한군은 미군이 오히려 해상을 경비해주는 상황이 나쁘지 않았고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이제는 NLL이 다시 한반도 갈등의 핵심으로 자리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NLL은 남북한과 전혀 관계없이 그어진 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연합군에 버림받고 죽어간 유격대들이 남겨준 유산이고 휴전에 급급했던 북한의 실책인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북한은 이 지역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하고 무력충돌도 불사하며 NLL을 무력화 시키려 하고 있다. NLL은 한반도의 화약고가 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풀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안 일대에 남북합작 공단들을 만들고 NLL을 평화공동수역으로 설정하자는 제안을 북측에 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일부 인사들은 이것이 NLL을 북한에 넘겨주려는 시도였다고 말하며 정상회담발언을 공개하자고 한다. 이러한 단정과 협박은 정치질서를 어지럽히고 어떠한 남북회담도 불가능하게 한다.

올해는 한반도 휴전협정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발발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남북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새누리당은 북한과 노무현 대통령이 없으면 어떻게 정치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면 모두 종북주의자이고 불리하면 남북문제를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민생을 위한 토론의 정치와 법제정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민주주의에 입각한 상식의 정치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문제는 대결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후손들에게 평화로운 미래와 번영을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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