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끼를 살리는 자유학기제
꿈과 끼를 살리는 자유학기제
  • 김명철 <충북도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 승인 2013.06.13 2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김명철 <충북도교육과학연구원 교육연구사>

지난 달, 교육부가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유학기제의 윤곽이 드러났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교육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의 진로탐색 활동 등 체험 활동을 강화하고, 토론·실습·프로젝트 수행 등 수업방식을 학생 참여 중심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으로 올해 9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 2016년 3월부터는 모든 중학교로 전면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자유학기제 시행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없는 것은 아니다. 진로체험 활동을 지원할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고 자유학기제에 대한 교원들의 이해도 부족한 데다, 공감대도 형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시행한다는 점이 염려되는 부분인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행복한 학교생활 속에서 스스로 꿈과 끼를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자유학기제의 도입 취지는 좋지만 성급한 시행이라는 비판 속에서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으므로 자유학기제 도입 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하고 성공을 위한 조언을 하려고 한다.

첫째, 자유학기제에서 이뤄지는 활동이 무목적성, 무가치성을 띨 우려가 있다. 학생들이 특정 활동을 왜 하는지, 그 활동의 가치가 무엇인지 모른 채 단순히 기계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교사 자신도 그러한 활동의 교육적 의미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도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자유학기제 운영에 대한 우려와 혼란을 불식시키고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유학기의 목적과 위상을 교육과정에 분명히 명시하고, 필수 활동 영역과 선택 활동 영역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둘째, 자유학기는 중학교 3개년 기간 중 단위학교 자율에 의해 1개 학기를 선택해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학교별로 운영 시기가 다를 경우에는 전학에 따른 학생의 학습 결손이나 중복이수·미이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심지어 자유학기제를 경험하지 못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전학에 따른 학습 결손이나 중복 이수·미이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 시기는 통일시켜야 한다.

셋째, 자유학기 기간 중에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등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고, 체험·활동 중심으로 운영이 이뤄지기 때문에 학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지필평가를 포트폴리오 평가나 에듀팟 등의 기록으로 대체할 경우 전문 대행업체가 발호할 수 있으며, 이 기간을 선행학습의 기회로 악용해 사교육 시장이 팽창될 우려도 있다. 자유학기제 운영에 따른 학력저하 예방을 위해 진단-보정-관리시스템 운영을 내실화하고,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활용해 맞춤형 클리닉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의 필기시험을 지양하고 토론·실습·체험 활동 과정·결과에 맞는 평가 방식을 마련하는 한편, 대행업체의 발호를 막기 위해 학생들의 수행과정을 평가에 반영하고 학원 점검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자유학기제 운영에 필요한 학교 내·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학기 동안 이뤄지는 진로 탐색 기회 제공이 실효성이 있겠는가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 및 학교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운영이 가능하도록 자유학기제 편성·운영 모형을 다양하게 개발·보급해야 한다. 학교 간 역할 분담을 통해 학교 클러스터를 구성해 학교별로 특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학생 자신의 관심 분야에 부합하는 지역사회 및 산업체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