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으면서도 다른 체험
같으면서도 다른 체험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3.06.11 2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지난 달 음성군에서 나흘 동안 품바축제가 열렸다. 14회 째 축제를 맞아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고 함께 즐기는 걸 보니 축제 실무추진위원의 한사람으로써 감회가 새롭다. 내가 맡은 임무는 축제체험위원이었고 외부에서 오는 체험참가자들은 안내하는 일이었는데 그 중 두 팀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한 팀은 울산시 여성시각장애인 협회에서 온 분들이었고 한 팀은 외국인들이었다. 한 팀은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이라서 답답하였고 또 한 팀은 우리나라 사람인 대신 서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어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팀이 공통으로 한 체험은 떡 매치기와 우리가락 배우기였다. 떡 매치기 프로그램은 찹쌀을 찐 뒤 떡메로 쳐서 인절미를 만드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은 처음 해 보는 것이라 낯설었을 테고 시각장애인은 많이 들어 왔을 것이나 앞이 보이질 않으니 이 또한 서투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자꾸만 엉뚱한 곳을 내리치는 게 안타까웠으나 외국인들은 좀 나은 편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인절미를 판에 넣고 그 다음 칼로 썰어 떡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무척 애를 먹었다. 그 어렵게 만든 떡을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가슴이 찡한 느낌에 한동안 마음이 아려 왔다. 장애인들이 서로 힘을 합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데 대한 대견한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옛날 한 마을에 두 사람의 장애인이 있었다. 하나는 앞을 보지 못하고 또 하나는 걷지를 못했다. 이 둘은 서로 마음이 통해서 제법 친했는데 둘 다 장애인이라 생계가 막연했었다. 아니 생계는커녕 동냥이라도 해야 될 판인데 하나는 앞을 못 보고 또 하나는 걷지를 못하니 둘 다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은 하나의 비책을 생각해 냈는데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 앉은뱅이를 업고 다니면서 동냥을 하기로 한 것이다. 생각한 대로 둘은 수월하게 구걸을 하면서 간신히 호구를 해결할 수가 있게 되었다.

품바 축제의 포커스는 꽃동네의 모태가 된 최귀동 할아버지의 나눔과 숭고한 사랑의 정신을 기리는 축제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체험이 애사롭지 않았다. 두 번째 체험은 우리가락 배우기였는데 외국인들을 체험장으로 안내 하자 우리가락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이들 때문에 말 그대로 흥겨운 한마당 판이 되었다. 장고, 북과 꽹과리를 배우며 우리가락에 푹 빠져 땀을 뻘뻘 흘리며 배우려고 노력하는 그들이 대견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더니 막상 각각의 악기들 앞에서 능숙하게 리듬을 맞추었다. 보이지는 않지만 듣는 것은 자신이 있는 듯 밝은 표정으로 악기를 두드렸다. 품바노래에 맞추어 함께 어우러진 그들의 모습이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도 그 노랫가락이 왜 그리 구슬프게 들리던지, 그런 중에도 안내하는 동안 처음으로 밝게 웃는 그들을 보니 마음이 편했다.

그 먼 길을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왔을 그들이기에 많은 것을 느끼고 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떤 장애든 다 어렵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가장 안타깝다. 한 센터에서 시각장애체험을 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체험을 시작한지 5분도 안되어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얼굴이 확확 달아오르고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로 장애가 없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고 편견을 버리게도 되었다.

그러다가 많은 시간이 흘러 그러한 행복을 잊고 지낼 때 쯤 이분들을 만난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언제라도 장애를 가질 수 있다. 선천적 장애보다 후천적 장애가 늘어나고 우리 누구도 앞으로 어떤 상황을 맞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니다 라는 생각과 소견을 갖고 살아가는 것 같아서 심히 안타깝다. 가면서 드시라고 품바 엿을 선물로 주고 돌아서는데 고맙다는 그들의 말이 오랫동안 귓전에 남았다. 내년에도 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방문하기를 바래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