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설흔 글 / 예담 출판)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설흔 글 / 예담 출판)
  •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 승인 2013.06.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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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

지금은 연구사가 되어 학교를 잠시 비운 한 선생님 댁에 방문했을 때였다. 이것도 직업병일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도 모르게 책장을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얼마 전 영화로 다시 본 ‘장미의 이름’이었다. 유난히 두꺼운 그 책을 뒤로하고 내 시선과 손길을 머물게 한 것은 썩 마음에 드는 제목이었다. ‘멋지기 때문에 놀러왔지’그렇게 처음으로 설흔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살며시 책을 들어 보이며 눈빛으로 던진 내 물음에 돌아온 것은 그저 그랬다는 밍숭맹�!� 대답. 제목과 달리 밋밋하단 반응에 고개만 갸웃했지만 며칠 뒤 나와 함께 한 그의 책은 도중에 책장을 한 번 덮게 되었을 때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나에게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니었다. 인터넷 서점 바구니에 그의 또 다른 책이 담겨져 있으니 더욱이 말이다.

설흔의 책은 참 어렵지 않다. 책을 펼치면 읽기에 어렵지 않아 참 좋다. 내 입에 맞는 음식이 따로 있는 것처럼 나에게 그의 글은 입에 딱 맞는 것 같다. 두 번째로 만난 그의 책은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설흔 글·예담 출판). 학문을 통한 수양을 강조한 퇴계 이황 선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역사 시간에 잠시 잠깐 만나고 천원 권 지폐에서 더 자주 만났던 퇴계 선생.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을 읽는 철학으로 진정한 인간의 길을 제시한 조선의 대학자 퇴계에게 참된 공부법을 배울 수 있었다.

‘主一無敵(주일무적): 단 하나를 붙들 뿐, 딴 데로 가지 말라는 뜻입니다. 책을 읽는 것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사람들은 책 한 권을 읽으면서도 수많은 잡념에 빠집니다. 혹은 앞으로 읽을 내용을 예단하느라 지금 읽는 것은 대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눈은 글자를 읽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읽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나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것이 그러한 까닭입니다. 그래서야 하루 온종일 책을 붙들고 있어도 제대로 된 독서가 될 리가 없습니다. 한 번에 하나씩, 온전히 다 끝낸 후에야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바로 주일무적입니다.’

나에게 따끔한 일침을 던진 퇴계 선생의 말씀에 혼자 멋쩍게 웃어 본다. 난 그랬다. 책을 읽으면서도 창 밖에 음식 배달 온 오토바이 멈추는 소리, 골목에서 들려오는 사람들 목소리가 귓등을 스치고 잠시 후에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으니 퇴계 선생의 말씀처럼 어찌 온전한 독서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나마 다행인 건 예단하느라 지금 읽는 것에 대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측하고 상상해보는 건 참 재미없다. 책을 덮고 난 뒤에 이야기를 곱씹어 보거나 영상으로 전환할 경우 화면 구성이나 인물을 상상해 보는 것은 나름의 유희가 되나 책을 읽으면서 앞 이야기를 상상하는 건 내 능력 밖의 일이었는데,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퇴계 선생이 알려주었다.

청량산 오가산당에 머물며 배움에 목마른 이들을 불러 그들에게 맞는 공부법을 일러주는 설흔만의 재미진 구성과 빼어난 글 솜씨를 통해 공부의 큰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공부를 하다 혹은 공부를 해야 할 때, 공부가 무엇인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때 이 책을 통해 공부의 목적과 의미,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공부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트레이닝 센터에 다니고 에듀코칭를 받기를 원한다면 설흔의 책을 먼저 만나 보면 어떨까. 그의 또 다른 인문 실용소설인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와 ‘칼날눈썹 박제가’와 함께 말이다.

주일무적, 오늘은 그의 또 다른 책으로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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