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문학의 파도에 빠져볼까
올 여름, 문학의 파도에 빠져볼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6.04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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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진흥원, 읽을 만한책 10종 선정

박범신작가 40번째 장편소설 '소금'

인간 본성 담은 소설 '괴물이 된 그림'

더위의 기승이 반갑지 않다. 땡볕에 한 조각 그늘이 그리운 6월이다. 성급한 마음은 해수욕장으로 달려가지만 집안에 편안히 앉아 쉼표를 즐기는 것도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지 않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재호, 이하 진흥원)이 2013년도 ‘6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 소금/박범신/한겨레출판

박범신 작가가 등단 40주년에 펴낸 40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책은 가족 때문에 가출하거나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 죽은 아버지들을 위해 쓴 21세기판 ‘사부곡’이자 ‘제망부가’이다. 사모곡이나 제망매가처럼 어머니나 누이동생으로 대변되는 여성을 위해 쓴 소설이 아니라, 아버지나 남동생(아들)으로 대변되는 남성들을 위해 쓴 소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본주의의 “빨대” 혹은 “깔때기” 노릇을 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과 헌신을 하지만, 단지 “통장”이나 “숙맥”, “그림자” 취급을 당하는 아버지들에 주목한다.

자본주의의 종합폭력세트와 같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아버지’들을 등장시켜 작가는 완전한 가족 혹은 정상 가족에 대한 환상이나 이데올로기를 문제 삼고 있다.

◇ 괴물이 된 그림/이연식/은행나무

이 책에는 마법에 걸린 주인공들이 많이 나온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이야기처럼 어떤 악의 존재에 속박된 여인, 그 속박을 풀고 그녀를 진정으로 구원해줄 영웅, 그리고 그 사이에는 언제나 처단되어야 할 흉측한 괴물이 있다. 공주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간성을 대표하며, 삶이라는 모험 속에 용감하게 뛰어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영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영웅이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고, 반드시 넘어서야 할 인간의 혐오스러운 본성이 바로 괴물이다. 괴물은 우리의 마음속에 하나의 원형을 이루면서 현대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것은 관능이나 유혹, 속도, 두려움, 흐릿하거나 반투명한 형상들, 시공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 등 다양한 모습으로 곳곳에서 숨을 쉬고 있다.

◇ 몸젠의 로마사 제1권-로마 왕정의 철폐까지/테오도르 몸젠/푸른역사

로마사 연구의 고전으로 테오도르 몸젠(1817-1903)의 ‘로마사’를 꼽는다. 몸젠의 ‘로마사’만큼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책도 없다. 그러나 한국어 완역 번역본으로 출간되기는 처음이다.

이 책은 고대 이탈리아의 시작부터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를 담았다.

그동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가 지적인 충격과 책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많은 독자들을 확보했다면, 몸젠의 ‘로마사’는 고전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학술서이면서도 1902년 12월 독일 최초의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인문학적 교양서다.

◇ 사랑하지 않을 권리-리퀴드 러브/지그문트 바우만/새물결

이 책은 이러한 현대인의 취약하면서도 계산적인 인간관계의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면서 원인과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한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현대사회가 상호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기본을 제공해주지 못한다고 보고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사랑 또한 경제지상주의적인 현대사회 속에서는 결국 타인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과 같은 의미로 환원될 뿐, 지속적이고 확실한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본다. 현대사회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희망적으로, 양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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