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와 지하경제
조세피난처와 지하경제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6.0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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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요즘 시중의 화두는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다.

뉴스매체도 그렇고 친목모임에 가도 그렇다. 전에 없이 회자된다. 지하경제는 과세 대상이나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합법 또는 비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뤄지는 숨은 경제를 말한다. 공개·신고·계측되지 않는 경제활동으로 정부기관에서 포착하지 못하는 경제를 말하기도 한한다.

지하경제 자금 조성은 뇌물, 조직적인 매춘, 마약거래, 각종 절도·횡령 등 범죄행위로 얻어지는 자금, 외환관리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통해 조성되는 자금, 불법노동을 원천으로 하는 자금, 치외법권에 의해 비과세 대상이 되는 경제활동이 가져다 주는 자금 등이 있다.

이런 지하경제가 요즘 대한민국에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경제 양성화를 천명한데다 소위 조세피난처로 불리는 곳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이 잇따라 공개되면서부터다.

통상적으로 페이퍼컴퍼니라고 하면 ‘유령회사’로 인식된다. 순수한 기업 활동보다는 기업을 빙자해 불법 또는 편법으로 검은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그렇다.

지금 전국을 뒤흔들고 있는 페이퍼컴퍼니는 대부분 탈세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조세피난처로 도피했다는 것이다. 그곳에 ‘유령회사’를 차린 국내 유명인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업인은 말할 것도 없고 유명연예인도 등장한다.

이를 공개하고 있는 매체는 한국인이 245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이들 개인과 법인을 계속해서 공개하겠다고 했다.

조세피난처는 등록세만 내면 법인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버진아일랜드, 케이만제도, 쿡아일랜드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런 곳이 전 세계적으로 20곳이 넘는다. 이곳에서는 기본적인 경영정보는 물론 모든 금융거래 내역까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됨에 따라 기업탈세의 온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조세피난처에 대한 제재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곳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거나 계좌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기업들이 해외거래나 외국기업과의 합작사업을 벌일 때 기업설립과 청산이 쉬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알려진바로는 국내 20대 그룹이 신고한 페이퍼컴퍼니만 해도 650개 정도다.

이들 대부분 적법 절차를 거쳐 설립한 합법적인 컴퍼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가 기업의 탈세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탈세를 한다면 이 역시 지하경제에 해당한다.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총 7790억 달러(한화 약 870조원)로 중국(1억1890억 달러), 러시아(7980억 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슈나이더는 OECD 국가 평균 지하경제 규모를 GDP의 20.3% 수준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높은 24.7%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경제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통계다.

지하경제인 탈세는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조세피난처를 통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이 더 이상 용서돼서도 안된다.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의 박탈감이 크면 사회적 갈등도 그만큼 커진다.

내일은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이 되는 날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목표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이 펼치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재정건전성 회복과 사회통합 강화를 위한 시대적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때문에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 문제는 확실하게 정리하고 가야 한다. 성공적인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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