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파라과이를 잇는 집단무의식
한국과 파라과이를 잇는 집단무의식
  • 충청타임즈
  • 승인 2013.05.29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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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1. 독일과 네덜란드, 영국과 프랑스,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만나면 별 이유 없이 밉고 마음이 불편한, 이해할 수 없는 마뜩잖은 감정이 생기는 국가들이다. 심리학자 융은 이러한 관계를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 또는 민족무의식으로 설명한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개인무의식은 개인이 어릴 때부터 쌓아온 의식적인 경험이 무의식 속에 억압됨으로써 그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집단무의식은 인류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경험을 통해 저장해온 잠재적 기억흔적이다. 즉 옛조상이 경험했던 의식이 쌓인 것으로서 조상들로부터 물려받는다. 이전의 세대가 경험한 것이 미래의 세대에 유전된다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우리의 단군신화, 심청전 같은 내용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집단무의식을 각 사람이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체득하는 과정에서 개인, 종족에 따라 조금씩 변형될 수 있다. 따라서 각 민족 혹은 나라별로 고유의 집단 무의식을 가지게 된다.

2. 악명 높은 남미의 고무줄 비행기 스케줄로 도착 예정시간을 4시간 넘겨 밤늦게 아순시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짜증스럽게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20여명의 파라과이인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공항에서 5시간 넘게 기다린 작년에 충북교육청이 초청한 파라과이 교육문화부 소속 교직원들이었다. 욜란다 선생님은 반갑게 뛰어오며 어설픈 영어로 “장학사님 저 차 바꿨어요”라고 외쳤다.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인사를 나누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충북교육청은 작년 10월 파라과이 교직원 18명을 청주로 초청해 11일 동안 교육정보화 관련 연수를 진행했다. 도교육청 관계자 모두 정성을 다해 연수를 진행했다. 연수 마지막 날 욜란다는 눈물을 글썽이며 충북교육청에 감사를 표시하고는 자기 학교에 충북교육청의 정신을 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자신은 현재 일본 닛산 자동차를 타고 있는데 돌아가면 한국차로 바꾸겠다고 선포하는 것이었다. 모두들 박수를 치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욜란다는 그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 한편 세사르는 한국차를 예약해 놓고 한 달 뒤에 인도 받는다고 환하게 웃었다.

3. 충청북도에서 직각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면 파라과이가 나오며, 파라과이 지도를 돌려보면 우리나라 지도와 흡사하다. 또 파라과이는 충북과 바다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충청북도교육청은 파라과이 교육부와 협약을 맺고 파라과이 교육선진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충청북도교육감이 직접 27시간 동안 4번의 비행기를 갈아타며 파라과이를 방문,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3개 부처 장관과 국립파라과이교원대학교 총장 등을 만나 상호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작은 열매로 올해 파라과이국립교원대학교에 한국어교육과가 개설되어 15명의 파라과이 신입생이 입학하였다. 우리말로 인사하는 그들과의 만남은 형언할 수 없는 자부심과 긍지를 주었다. 파라과이 교직원 연수 준비 차 아순시온에 머물며 잠시 공원 한 모퉁이에 앉아 그들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것이 칼 융의 집단무의식, 민족무의식이었다. 어쩌면 저들과 우리는 한 민족이 아니었을까? 너무나도 순박하고 꾸밈없는, 열정적인 그들. 그들은 다름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몇 십 년 전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우리처럼 몇 년 후 다른 나라를 도와주고 있을 것이다. 파라과이의 도약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참으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충청북도교육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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