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향기
오월의 향기
  • 이동규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 조직위원회 주무관> 
  • 승인 2013.05.2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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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동규 <오송화장품뷰티박람회 조직위원회 주무관> 

유독 올해 5월은 꽃들로 풍성한 느낌이다. 뒷동산 진달래 개나리에서부터 ‘쌀밥’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는 이팝나무, 미인의 입술같은 양귀비꽃, 노란 유채꽃과 꽃들의 여왕 장미에 이르기까지…. 올해처럼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린 적은 없었다. 피어나는 꽃을 낱낱이 지켜보고 그 꽃이 활짝 그 힘을 다한 후 시들어가도록 지켜본 적도 없었다. 아마도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라는 미의 향연에 참여하는 호사를 누렸기 때문이리라. 그것도 석달에 달하는 길다면 긴 시간동안 말이다.

지난 3월 박람회조직위에 파견명령 나기 전 나는 다른 직원들이 그러하듯 박람회 입장권을 몇 장 구입하였고 “박람회가 곧 열리겠구나”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송으로 출퇴근하고부터 나의 생활은 많이 바뀌었다.

3월의 오송은 봄기운이 완연했지만 막 행사현장으로 이사한 조직위원회 사무국 사무실은 한겨울이었다. 직원들은 두꺼운 파카를 입고 있으면서도 몸을 잔뜩 움츠리고 앉아 박람회 추진에 피곤한 기색들이 가득했었다.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파빌리온 안은 스팀기 하나 없어 냉기로 가득한 그야말로 직원들 생활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출퇴근 시간은 더 걸리고 주말도 자유롭지 않은 행사기간 동안에는 주말조차 아예 없는 체력과의 싸움이었다. 물론 처음엔 다소 힘들었지만 곧 익숙해졌다. 인간의 적응력은 실로 놀라운 것이다.

조직위 목표는 100만 관람객과 국내외 300개 기업, 2000명 바이어 유치! 충북은 2002년 바이오엑스포를 성공리에 치른 경험이 있었지만 화장품뷰티 분야에선 국내 최초 대규모로 개최하는 행사라 공무원이나 도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많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인지도도 떨어지고 생활인프라도 부족한 이곳에 과연 사람들이 많이 올까?

드디어 5월 3일! 개장행사와 개막식을 시작으로 박람회 24일간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호기심 반 진지함 반으로 박람회장 안으로 들이닥치는 많은 인파가 전시관과 회장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회장 안은 공연장과 경연대회장에서 들려오는 비트 강한 음악과 소리가 춤과 어우러져 기쁨과 흥겨움을 자아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첫날 관람객이 3만을 넘어서며 초반 흥행몰이는 대성공이었다. 이어서 토요일 5만명, 일요일 9만명을 기록하며 누적인원이 3일만에 18만명을 넘어섰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행사 중반 무렵 양귀비도 따뜻한 날씨 덕에 빨간 꽃을 망울망울 피워내기 시작하더니 불과 3, 4일만에 박람회장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했다. 관람객은 100만명을 넘어섰고 예상을 초월한 상담과 거래실적들이 속속 발표되었다. 충북도에서도 장기발전 전략과 지원방안을 제시하며 오송역세권 투자와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분양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기대와 낙관적인 전망들을 내놓았다.

이는 아마도 중국 특수에 따른 화장품뷰티산업의 성장성 부각과 충북의 생명산업에 대한 승부수가 만들어낸 절묘한 타이밍, 또한 ‘여성’의 시대라는 대세를 업고 소비 트렌드에 맞춘 타겟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조직위의 헌신적 노력과 도민들의 협력과 열정이 밑바탕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다시 원래 자리로 복귀하면 박람회의 추억은 차츰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오월의 향기만큼은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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