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특성화, 무엇부터 해야 하나?
지역대학 특성화, 무엇부터 해야 하나?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5.2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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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대학별 차이를 알려주는 짧은 우스개가 있다. 돈 만원이 생기면 A 대학 학생은 책을 사고, B 대학 학생은 구두를 닦고, C 대학 학생은 막걸리를 마신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연 그렇네!’ 하고 무릎을 친다. 공감이 된다는 말이다.

동일한 개성을 지닌 학생들이 특정 대학으로 몰리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입학 후 학생들은 대학별로 차별화된 특성을 갖게 된다. 곧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선후배, 동료들과 어울리다 보면 그 대학만의 고유한 문화에 물들어 특정의 성격을 지닌 인물이 되어 졸업한다.

대학별로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인물을 배출할 수 있는 것은 대학 나름의 교육 프로그램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곧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과 대학 문화를 통해 대학별로 차별화된 성격을 지닌 인재가 배출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교육부에서 지역대학 살리기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의 지역대학 살리기는 지역대학 특성화와 맞물려 있다. 곧 대학교육의 질 향상을 위하여 백화점식의 대학 운영을 지양하고 지역실정과 개별대학의 교육여건을 감안하여 특성화해야만 지역 살리기 정책에 동참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제까지 정부의 대학 특성화 정책은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에 따라서 대학 특성화는 수요가 적은 전공 퇴출,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을 포함하는 인위적 구조개혁과 동일시되었고, 이에 대한 구성원의 반발로 정부의 대학 특성화 정책은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이제까지처럼 대학 특성화를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한, 정부의 대학 특성화 정책은 앞으로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은 결코 외부로부터의 직·간접적인 강요에 의해서 특성화되지는 않는다. 특성화의 중심에는 대학이 있어야 한다. 곧 대학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특성화가 정책 성공의 첫째 조건이다.

또한 대학의 특성화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완성된다. 곧 대학의 외면적 구조에 대한 인위적, 강제적 변환이 아니라, 대학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고유한 교육, 연구, 행정, 문화 증진 프로그램을 통해서 진정으로 특성화될 수 있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대학이 마련한 고유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 나름의 특성과 성격을 지진 인물을 키워낼 수 있을 때, 특성화된 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육과정 편성, 문화풍토의 조성과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의 특성화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 한 대학의 특성화는 성공할 수 없다. 정부에서 2010년에 시작한 ACE 사업은 이 같은 소프트웨어를 평가하고 지원하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ACE 사업은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학에서 어떤 인재를 키울 것인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어떤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인지를 묻는다.

대학 특성화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 외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급조하는 사업계획으로는 대학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킬 수 없으며, 진정한 특성화도 이룰 수 없다.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된 내실 있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이 선행되어야만 대학의 자존심도 지키고 특성화도 이루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금은 정부의 지원 액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우리 지역에 맞는 인재상은 무엇인지, 우리가 키워야 할 인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이런 인재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등 보다 기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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