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 양복점 운영 외길 '시골 봉제사'
57년 양복점 운영 외길 '시골 봉제사'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3.05.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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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신흥양복점’ 손춘택씨
“내 맞춤 양복 어디 내놔도 자신 있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시골 마을에서 57년째 양복점을 열고 외길을 걷고 있어 화제다.

옥천군 이원면에서 ‘신흥양복점’을 운영하는 손춘택씨(79·사진)가 주인공.

그는 옥천은 물론 보은·영동까지 포함한 충북 남부 3군에서도 유일한 양복점 주인이다.

손씨가 양복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살 나던 1954년, 관절을 다쳐 한쪽 다리를 쓰지못하는 장애를 얻고부터다.

다리가 불편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양복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고 서울과 대전에 있는 양복점들을 전전하며 기술을 익혔다.

7남매의 장남으로 가족의 생계를 해결하고 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의무감도 그의 열정에 의지를 보탰다.

‘동가식서가숙’하며 기술을 배운 끝에 2년만인 1956년 지금의 자리에 양복점을 열었다.

문을 연 양복점은 직원 3명을 두고도 자정까지 일해야 할 정도로 성업을 누렸다. 주문받는 옷 대부분이 중·고등학교 교복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교복 자율화가 시행되며 급격한 내리막길이 시작됐다. 대기업이 브랜드 교복을 쏟아내며 맞춤 교복은 설 땅을 잃었다.

일반 양복도 기성복이 대세를 이루며 주문이 끊기다시피 했다. 양복맞춤은 3년 전에 마지막 주문을 받았다.

요즘은 옷을 수선하는 게 일의 대부분이지만 양복 기술자로서 그의 자부심은 여전하다.

손씨는 “동생들과 아들 셋을 양복점을 하며 가르쳤다”며 “천직으로 생각하고 몸이 허락하는 한 가게를 열 작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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