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출범은 남의 동네잔치일 뿐일까?
세종시 출범은 남의 동네잔치일 뿐일까?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5.1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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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1970년대 후반, 과천은 서울 외곽의 한적한 농촌 지역이었다. 1978년 수도권 인구 분산책의 하나로 정부 제 2종합청사 이전 계획이 발표된 이후 과천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86년 시로 승격한 이래, 과천은 교육, 문화, 행정이 어우러진 전원도시로서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다. 과천의 발전은 강남 중심으로 진행되던 수도권 개발을 의왕, 분당, 용인으로 확장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부처의 본격적인 세종시 이전을 보면 과천의 사례가 떠오른다. 과천은 정부의 제 2종합청사 설립계획으로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된다. 이에 비해 세종 시는 몇 개 부처를 제외하고 총리실을 포함하는 정부 부처 대부분이 이전하는 행정중심 복합도시로 출범한다. 세종시의 법적 지위도 정부 직할의 특별자치시로서 주변 지자체의 관할을 벗어나 있다. 세종시는 과천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와 지위로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과천의 전례에 비춰보면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지역 발전에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9부 2처 2청의 36개 단위기관에 상시 근무하는 공무원 수만 만 명이 넘고, 계획대로라면 2020년 30만 명, 2030년에는 인구 50만 명의 대규모 도시가 된다. 이런 계획은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 정책의 입안자이자 집행자인 공무원들이 주축이 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악의 부동산 경기에도 불구하고 세종시의 아파트에는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입주경쟁이 치열하다.

세종시 출범이 주변지역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발전가능성이 높은 매머드급 신도시의 출현은 인근 지역들에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변화의 구도를 미리 예견하고 그에 맞춰 상생 발전을 도모한다면 약이 되겠지만, 강 건너 불처럼 구경만하거나 뒷북을 친다면 세종시의 출범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세종시가 주변지역의 장점을 모조리 흡수하는 블랙홀이 될 경우, 주변 지역은 또 다른 공동화 지역이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역 대학의 경우, 현재도 상황이 좋지 않다. 세종시는 행정뿐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의 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KAIST, 충남대, 공주대, 한밭대, 서울대, 고려대, 마틴루터대, 울런공대, 큐슈 공대 등이 세종시 이전을 위한 양해각서를 이미 체결하였다. 국내외 유수한 대학들이 제 2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세종시에 둥지를 틀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주변 지역의 대학들이 세워놓은 플랜대로라면 우리지역 대학들의 공동화현상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우리지역의 대학들이 세종 시 입주에 발 맞춰 미래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어차피 그곳은 우리 지역을 벗어나 있기 때문에 관여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종시는 정부 직할의 특별자치시라는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 곧 우리 동네와 남의 동네라는 구별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충북의 대학지형도를 현격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세종시의 본격적 출범은 남의 동네 일이 아니다.

현재 정부의 지역대학 육성방안이 마련 중이며, 이에 발맞춰 지역의 대학들도 자체 특성화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세종시를 상수로 대입한 지역대학의 특성화 발전계획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미 마련하고 있다면 그보다 다행스런 일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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