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등용
인재등용
  • 김훈일 <문의성당 요한 주임 신부>
  • 승인 2013.05.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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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훈일 <문의성당 요한 주임 신부>

장씨 성을 가진 자가 살았다. 그가 집을 짓기 위하여 나무를 베려고 산에 갔는데, 우거진 숲 속의 나무들을 모두 둘러보았지만 꼬부라지고 뒤틀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산속 무덤가에서 한 그루의 나무를 발견했는데, 정면에서 바라보나 좌우에서 바라보나 곧았다. 장씨가 쓸 만한 재목이다 싶어 도끼를 들고 다가가 뒤쪽에서 바라보니, 형편없이 굽은 나무였다. 이에 도끼를 버리고 탄식했다.

“아, 재목으로 쓸 나무는 보면 쉽게 드러나고, 판단하기도 쉬운 법이다. 그런데 이 나무를 내가 세 번이나 바라보고서도 재목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겉으로 후덕해 보이고 인정 깊은 사람일지라도 어떻게 그 본심을 알 수 있겠는가? 말을 들어보면 그럴 듯 하고 얼굴을 보면 선량해 보이고 세세한 행동까지도 신중히 하므로 우선은 군자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큰일이나 중대한 일을 당하여서는 그의 본색이 드러나고 만다. 국가가 망하는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조선 인조 때 장유(張維)가 인재등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곡목설(曲木說)이라는 산문의 내용이다. 인조반정에 가담해 공신이 되었던 장유는 민심의 향배에 민감하였고 새로운 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잘 등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정권을 잡은 사람은 국민의 신망과 존경을 받고 성공한 정권으로 남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신망과 존경을 받는 정권이 되기 위해서는 인재의 등용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국민의 행복과 안녕도 등용된 인물의 리더십에 따라 크게 바뀌게 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 인사가 만사일 수밖에 없는 것이 시공을 초월한 진리이다. 그런데 인재를 선택하는 일이 참 쉽지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지도자의 가장 큰 덕목 중에 하나는 좋은 인재를 공정한 절차를 거쳐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일이다. 공자는 ‘지(知)란 지인(知人)’이라고 말했다. 즉 참된 지혜는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이라는 말이다.

김대중 정권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국민의 정부를 내세웠으나 그 측근들이 주인이었다. 노무현 정권은 국민이 참여하는 참여정부를 내세웠으나 특정 정치세력만이 참여하는 정부였다. 이명박 정권은 서민경제의 발전을 내세웠으나 부유층의 재산을 불려주고 서민경제를 망친 정부였다. 지난 정부들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자신들이 세웠던 국가 정책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은 인재를 등용하지 못하고 편협한 정치집단의 편 가르기에 골몰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인재등용의 실패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것이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박근혜 대통령의 고집스런 인사가 참사를 불렀다. 윤창중 대변인의 방미 사건은 국격의 실추뿐 아니라 이 나라의 인사가 얼마나 허망하게 이루어지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기본적인 인격조차 형성되지 못한 사람들이 국가의 중책을 맡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참사를 통해서 국가의 인재등용 시스템을 재정립해야 할 때이다. 대통령이 되면 어떤 사람이라도 마음대로 국가의 중책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질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국가의 중책을 맡길 수 있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이처럼 형편없는 사람들이 국민을 우롱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공직에 있는 사람은 대통령을 위해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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