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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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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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층에 '대입 특별전형' 주장이 심상하지 않은 이유
김남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내가 아는 사람중에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생화학을 공부한 친구가 있다.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이고, 현재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 어쨌든 딸자식 곱게 공부시켜놨더니 난데없이 한국으로와 노동운동을 하고 있는 그녀의 부모는 꽤나 속앓이를 했을 듯 싶다.

나는 그녀를 통해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한번은 그녀가 이야기 하는데, 하버드대학을 입학하고나서 너무나 놀랐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말로 다른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혼란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녀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교과서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몇 년된 교과서를 물려받아 쓰곤 했단다. 그런데 대학에서 만난 동료학생들은 대부분 사립학교를 나온 부유층의 자제였으니 대학입학 이전에 그녀가 살았던 삶의 환경과 대학입학 이후 만난 사람들의 삶의 환경차이가 너무 큰지라 마치 다른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KDI)의 발표에 의하면 가구당 소득이 5000만원이 넘는 집의 아이들의 평균 수능점수가 300점이 넘는단다. 반면에 가구당 소득이 2000만원대인 아이들의 수능평균점수는 200점대 중반이란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의 부모의 평균수입과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의 부모들의 평균수입도 배차이가 났다. 결국 부의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로 전이된다는 말은 고스란히 사실로 입증된 셈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런 발표가 있은 후에,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빈곤층 대입 특별전형'을 실시해야 한다는 사설을 실었다. 내가 보기엔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중시하는 시민법체계의 원리 속에선 이런 주장은 수용될 수 없다. 반면에 사회법의 원리속에선 이 주장은 수용될 수 있다.

그런데 사회법이란 것이 무엇인가! 한가지 예를 들어본다. 세계적인 핸드폰 생산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 그룹의 회장이 과속으로 경찰에게 적발되어 벌금이 부과되었다. 그런데 그 벌금액수가 우리나라 돈으로 3000만원이란다.

왜 이렇게 많은 벌금이 부과되었을까! 핀란드에선 소득규모에 따라 이런 벌금까지도 차등적으로 적용되는 법률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이 대표적인 사회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사회법을 예로 든다면 바로 노동법이다. 노동법은 노동자들에게 사용자들에 비해 많은 권한을 인정해주고 있다. 왜냐면 과도한 힘을 가진 사용자와 노동자가 평등해지기 위해서 약자인 노동자에게 보다 많은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노조의 권리를 무력화시키는 끊임없는 시도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옳다고 생각할수도 있다. 그러나 내면으로 들어가보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각해 볼 수가 있다. 부자아들 부자되고, 변호사아들 변호사되고, 노동자아들 비정규직 노동자된다는 이 지독한 불평등에 대한 마지막 견제를 파괴하는 주장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식 가치로 살 것인지, 아니면 보다 평등한 사회로 나갈 것인지 두눈 똑바로 뜨고 세상일을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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