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사랑나눔 … '인생의 좌표' 됐다
끝없는 사랑나눔 … '인생의 좌표' 됐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3.05.09 1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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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잊을 수 없는 선생님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은 처음부터 영웅이었을까?

멘토 부재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멘토가 없을까?

이순신도 혼자서 영웅이 된 것은 아니다. 이순신과 진한 우정을 나눈 류성룡, 그를 전략가이자 군신(軍神)으로 만들어준 제갈공명, 이기는 전략을 가르쳐준 손자,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라고 말한 오자 등 수많은 멘토가 있었고 수많은 스승이 있었다.

오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역 인사들이 말하는 잊을 수 없는 스승을 소개한다.

◈ 중학교 시절 '배은망덕' 뜻도 모른채 혼났던 기억

홍준기 충북학생교육문화원 원장

40여년전 청주중 최철수 선생님

'님'자 뺀 한마디에 호되게 혼나

충북교육청 일하면서 은사 재회

홍준기 원장은 40여년 전 청주중학교 은사였던 최철수 선생님을 잊을 수 없다. 길을 가다가 중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지나가면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처럼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홍준기 원장은 최철수 선생님에게 호되게 혼난 기억이 있다.

홍준기 원장은 “중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어느 날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계셨다. 왜 그랬는지 그날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고 한마디 한다는 것이 선생님 자를 빼고 ‘최철수도 왔네’라는 말을 해버렸다”며 “그날 선생님은 나에게 ‘배은망덕한 놈’이라며 호되게 때렸는데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혼나면서도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집에 돌아와 사전을 찾아본 후 남에게 입은 은혜를 잊고 배반한다는 의미임을 알고 크게 후회했다. 교육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홍 원장은 도교육청에서 일하면서 교육원에 재직 중인 최철수 선생님을 다시 만나게 됐다.

홍 원장은 “교육원장으로 퇴직한 은사님과 간간이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최근 몇년 연락을 못해 불효제자가 됐다”며 “선생님의 사랑과 애정을 왜 그때는 몰랐는지 후회스럽다”고 밝혔다.

◈ "더 잘할거야" 칭찬에 3년내내 영어점수 100점

이은순 충북교원대학교 부설 미호중학교 교장

충북여중 시절 김혜숙 선생님

정규수업 후 방과후수업 지도

'비난 보다 칭찬' 스승상 정립

이은순 교장은 충북여중 1학년 시절 영어교사였던 김혜숙 선생님을 생각하면 그리움이 사무친다. 정규 수업이 끝난 후 방과후 수업을 지도해 준 것은 물론 문법서인 ‘영어 삼위일체’를 건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유년시절부터 교사가 꿈이었던 이 교장은 은사의 가르침과 관심으로 중학교 3년 동안 영어점수 100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졸업했다.

이 교장은 “선생님은 늘 내게 ‘참 잘했다’, ‘조금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하면 더 잘할 거야’ 등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나는 은사님을 통해 배웠고, 지금 제자들을 위해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자를 향해 비난보다는 칭찬을, 단점보다는 장점을 찾아내 올바른 스승 상을 정립시켜준 김혜숙 교사를 지인을 통해 찾아보고 있지만,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아 올해 스승의 날 꼭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 '질풍도노' 큰 아들과 엄마까지 자라도록 도움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큰 아이 고1 담임 최정숙 교사

인자함·엄격함으로 잘못 지도

부모로서 고마움에 고개 절로

최지연 교수는 잊을 수 없는 선생님으로 대학 3학년 때 처음 공부가 무엇인지 알려주시려 애쓰던 임병덕 선생님, 몸은 육신의 아버지가 낳아주셨지만 내 마음과 지식의 8할을 길러주었던 지도교수 정성봉 선생님을 떠올렸다.

최 교수는 “내게 가르침을 주셨던 여러 은사님도 잊을 수 없지만 올 해 스승의 날에는 큰아이의 고등학교 1학년때 담임교사인 주성고 최정숙 교사가 생각난다”며 “최정숙 선생님은 조용히 힘들게 사춘기를 보내는 질풍노도의 아들과 그 아들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엄마인 나까지 함께 자라도록 해주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아들의 이유없는 반항을 가만히 보셨다가 흥분이 가라앉은 후에 다정히 불러 뉘우치게 하는 인자함과 알고도 저지른 잘못을 따끔히 바로잡아주는 엄격함으로 아들의 마음을 넓고 바르게 키워주었다”며 “부모도 알 수 없다는 자식의 속마음을 붙들어 사랑해준 고마움이 생각만해도 고개가 숙여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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