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죽이면서 살려주겠다고?
지역대학, 죽이면서 살려주겠다고?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5.0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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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2008년, 이명박 정권이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세우자 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이 들고 일어나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러나 반대는 경제 살리기라는 구호 아래 강력하게 진행된 수도권 규제완화 시책 앞에 무력화 되었다.

정확하게 5년 뒤, 박근혜 정부는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다. 곧 기업과 대학의 수도권 진입 규제를 푸는 등, 수도권 중심의 경제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5년 전처럼 지방자치 단체, 지방 의회, 시민 사회 단체, 지역 언론은 수도권 규제완화 시책의 부당함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 ‘정하면 일단 간다’는 새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비춰보면 이 같은 반대의 목소리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그렇게 해야만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논리와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절반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실정에 비춰보면 반대의 목소리가 씨가 먹힐 가능성은 더욱 줄어든다.

역대 어느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 정부도 수도권 중심의 국가운영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이 정부도 주요 국정과제에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대학 살리기를 끼워 넣고 있다.

요즈음 교육부에서는 지역대학 육성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의 대학들을 돌아다니며 설명회 겸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안으로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역대학 살리기 법안을 마련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지역대학을 지원하겠다는 로드맵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해 교육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왜 정부가 나서서 지역대학을 살리겠다고 하는 걸까? 지역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역대학은 왜 위기에 처하게 된 걸까? 지역대학이 위기인 것은 학생들이 오지 않기 때문이고, 학생들이 오지 않는 것은 수도권 대학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몰려가는 것은 수도권이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산업, 교육, 문화의 독점적 중심지로서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의 국가 운영 때문에 지역대학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그 때문에 교육부에서는 지역대학을 살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지역대학 살리기를 준비하는 와중에 정부에서는 지역대학을 죽이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곧 수도권의 자연보존 권역에 4년제 대학 등의 이전을 허용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이 4월 26일 차관회의 의결을 거치고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역대학은 입지조건이 좋은 수도권으로 이전을 시도할 것이며, 수도권 대학들은 지역으로 이전하기보다 수도권의 그린벨트 지역으로 가고자 할 것이다. 이럴 경우, 수도권 대학으로의 학생 집중 현상은 지금보다 훨씬 심화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지역을 떠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지역대학들은 빈사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수도권과 경제중심의 국정운영 방향을 놓고 보면 지역대학을 우선적으로 살리자는 교육부의 주장이 먹혀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지역대학을 둘러싼 요즈음의 정부 시책은 한마디로 ‘일단 죽이고 응급조치를 통해 연명하게 하자’로 요약할 수 있겠다.

지역대학은 죽기 싫다. 정부도 지역대학을 죽여서는 안 된다. 지역대학도 정부의 연명책에 매달려 지원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아등바등할 시점이 아니다. 지역대학 죽이는 정부의 시책에 맞서 먼저 지역대학을 살려내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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