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阿附)의 기술
아부(阿附)의 기술
  •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 승인 2013.05.0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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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사람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누구나 이중적(二重的)이다. 아부(阿附)에 대해서는 특히 그러하다. 공자(孔子)를 비롯한 수많은 현인(賢人)들이 아부를 경계한 것은 역설적(逆說的)으로 인간의 그것에 대한 경도(傾倒)를 역설(力說)한다. 아부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도 정작 본인은 아부를 일삼는 경우도 있고, 아부하는 자를 간신이라 욕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아부꾼만을 옆에 둔 군주도 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아부라는 것도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것이다. 쉽지 않을뿐더러 가끔은 위험하기까지 한 게 아부이다. 성격이 오만하여 허리가 아예 굽혀지지 않았을 만큼 아부와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당(唐)의 시인 이백이 아부를 잘못하여 곤욕을 치른 일화는 아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청평조사삼수1(淸平調詞三首1)

雲想衣裳花想容(운상의상화상용)

구름 보면 양귀비 옷 생각나고, 꽃 보면 얼굴 떠오르는데

春風拂檻露華濃(춘풍불함노화농)

봄바람이 난간을 스치었나? 이슬이 꽃에 흠뻑 머금었나?

若非群玉山頭見(야비군옥산두견)

만약 군옥산 모퉁이에서 보지 못한다면

會向瑤台月下逢(회향요태월하봉)

틀림없이 요대가 있는 달 아래서는 만나게 되리라

 

※ 아부의 특징은 물량공세 없이 주로 말로만 한다는 것이다. 아부는 언어의 예술인 것이다. 오만방자하기로 유명한 이백(李白)이었지만, 언어의 마술사였던 만큼 아부를 하고자만 했다면, 능수능란하였을 터이다. 높은 정치적 포부를 지녔던 시인에게 당대의 최고 권력자였던 현종(玄宗)과 그의 비(妃) 양귀비(楊�~�)는 아부의 대상으로는 최적이었다. 오로지 젊은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늙은 권력자는 언어의 마술사를 동원한 것이었지만, 시인에게 그것은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아부를 작심한 시인은 거침이 없었다. 하늘에서 하늘거리는 구름이 그녀의 옷이고, 잘 가꿔 놓은 궁궐 정원의 모란꽃은 그녀의 얼굴이라고 아부의 운을 떼었다. 구름옷을 걸치고 모란꽃 얼굴을 하였다는 말은 아부가 예술임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가 아부의 끝은 아니었다. 그녀의 다소곳한 움직임은 따스하고 부드러운 봄바람이었고, 청초한 그녀의 얼굴은 이슬 머금은 꽃이었다. 군옥산(群玉山)과 요대(瑤台)는 가장 아름다우면서 영원히 죽지 않는 속성을 지녔던 서왕모(西王母)가 기거하던 곳이었다. 바로 그곳에 양귀비(楊�~�)를 가져다 놓음으로써 시인의 아부는 극(極)에 달하였다. 걸쳐 입은 옷은 구름이요, 얼굴은 꽃, 움직임은 봄바람이요, 자태는 이슬을 듬뿍 머금은 꽃, 거기다 죽지도 않고 가장 아름답기까지 하다. 여인에게 영원히 죽지 않고, 최고로 예쁘다라는 말보다 더 한 아부가 있을 수 있을까?

누구나 한번쯤은 출세(出世)를 꿈꾼다. 그것도 손쉬운 출세(出世)를. 그래서 아부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아부가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찬사(讚辭)라도 상대가 거북하고 불쾌하게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아부가 아니다. 상대를 편하게 하면서 동시에 기분 좋게 띄워주는 것이 아부의 요체이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다. 세속적인 냄새가 진동하고 결코 아름답지 못한 아부가 가끔은 예술일 수도 있다는 것이 참으로 흥미롭지 않은가? 대시인(大詩人) 이백(李白)의 아부는 실패작이었음에도, 그렇다고 해서 예술적 가치가 결코 훼손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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