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발언대
교사 발언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8.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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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터전에서
긴 밤이 새도록

소리 없이 부슬거리던 장맛비는

아직도 그 여운이 찬 기운으로 남아

아침 내내

썰렁썰렁 살갗을 스치지만

들판의 싱그런 초록은

더더욱 빛나는 희망으로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세상 중심의 배움터, 세중초등학교로

이른 아침 길을 달리는 내내

초록이 눈앞에 어른거리면서

가슴은 의미 모를 희망으로 부풀기 시작했고

기분 좋은 상상은 한 주일의 시작을

찬란한 산뜻함으로

마음 설레게 합니다.



그렇게

산 능선을 굽이굽이 돌아 피반령을 넘고 또 수리티재도 돌아

휴우하는 안도감으로 교문을 들어서면



깔끔하게 단장한 우리 꽃동산의 초록 잔디와

알록달록 정말 세련되게 자라난 우리 들꽃들은

저마다의 빛깔로

이른 봄부터 내내

학교 울안을 정겹게 하는

한 폭의 멋진 풍경화가 그려지는 그림 같은 곳이

내가 근무하는 세중초등학교입니다.



절로 마음이 겸허해지고 좁다란 가슴을 넓어지게 하는

참 괜찮은 터전입니다.



사방을 둘러앉은 온통 초록 세상에

눈과 마음을 씻어낸 개운함으로

교실 문을 열면

유리창 너머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짜임새 있는 자연물들의 배치가

훌륭한 조경 전문가의 의도된 작품과는 비길 수도 없는 근사함에

자주 자주 눈길이 창밖으로 돌려집니다.



더욱이

비온 뒤의 그 산뜻함은

사심(邪心)많은 온 맘이 텅 비워지는

종교적 행사 같은 숭고함조차 배어나고 있답니다.



오늘도 부슬거리는 잔비를 맞고

싱그런 초록은 좀더 성숙해 질 게고

아이들과 나 또한

보다 겸허해지는 겸손을 배워 가고 있을 겝니다.

자연은 참으로 위대한 스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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