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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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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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들은 왜 미인대회에 갔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은 미인대회 천국이었다. 미스코리아를 비롯하여 춘향이 선발대회, 감아가씨 선발대회, 인삼아가씨 선발대회, 꽃아가씨 선발대회, 차여인 선발대회 등 지역축제가 있는 곳이면 어디나 빠짐없이 '아가씨 선발대회' 가 등장했다.

여성의 가치 기준을 외모에 두고 모든 여성을 획일화시키는 이런 미인대회는 여성을 대상화시키며 여성에 대한 성상품화, 성폭력을 부추기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비판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이로 인해 2002년부터 미스코리아대회 공중파 방송이 중단되었으며, 전국의 각종 미인대회가 하나 둘 폐지되었다.

우리 지역도 단양의 마늘아가씨와 철쭉여왕 선발대회를 제외하고는 괴산아가씨, 영동의 감아가씨, 옥천의 포도아가씨, 보은의 대추아가씨, 청원의 약수아가씨, 음성의 고추아가씨 등이 대부분 2003년을 전후로 폐지되었다.

그런데 지난 6월 10일 우리 지역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한 지역 언론사가 개최 한 '2006년 미스 충북 선발대회'에 충북교육감을 비롯하여 당시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들이 나란히 참석하여 시상을 하는 낯 뜨거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여성단체들의 눈치를 보면서 참여하지 않던 단체장들이 올해 집단적으로 참여한 것인데, 이는 대회를 주관한 지역 언론사의 요청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지역 여성단체들은 지난 8월 11일 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교육감의 미인대회 참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전임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은 이미 임기가 끝났기 때문에 항의할 대상이 교육감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교육청의 반응은 같이 참여했던 전 도지사나 도의회 의장에게는 항의하지 않고 왜 교육감만 걸고 넘어지느냐. 미인대회에서 시상한 것이 그렇게 잘못이냐는 투였다.

교육감은 충북교육행정의 수장으로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그것이 교육적인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 평등 의식과 가치관 형성에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감이 미인대회에 참석해서 시상을 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교육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그렇게 부끄럽지 않다면 이제부터 각급 학교에 어린이 미인대회를 비롯하여 각 종 미인대회를 만들고 교육감을 초청하여 시상하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성상품화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미스코리아를 비롯한 각 종 미인대회는 폐지되어야 한다. 미인대회는 획일적 미의 기준을 강요하며 여성의 신체부위를 조각내고 그것의 치수를 매기면서 성형미인을 양산하며, 남성, 특히 지역의 가부장적 권력자들에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여성의 몸을 관음증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장일 뿐이다. 남성의 눈요기를 위한 이런 대회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의 여성단체들이 미인대회의 폐해를 알리고, 폐지하기 위해 힘을 모았으면 한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각 여성단체들의 의견을 물었을 때 이름만 대면 알만한 지역의 역사 깊은 여성단체들이 "두 달이나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 "내부 논의를 못해서..."라는 식의 이유로 기자회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내년에는 우리 지역에서 미스코리아를 비롯한 미인대회가 열리지 않고 여성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문화적 기획이 시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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