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세상
시험 결과 나온 날
언제나 1등하던 영석인
이번에도 1등이다
처음엔 기분 좋아하던
영석이는 웃지 않았다
나란히 집으로 걸어갈 때
영석이가 조용히 말했다
너는 1등 하지 마
그 자리 놓칠까봐 불안해
가슴에 찰싹 붙은 그 말
영석인 뭘 할까?
※ 공부에 내몰릴 때마다 꽃잎 같은 젊음이 진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어른들이건만 자꾸만 높이 오르라고 등떠민다. 들판을 자유롭게 내달려야 할 아이들에게 공부라는 단순한 레일 위를 죽도록 달리라고 다그친다. 1등을 위해 웃음과 생기와 희망을 반납한 아이들. ‘너는 1등 하지 마’라는 초등생 영석이의 말에서 불온이 묻어난다. 얼마나 많은 꽃잎이 져야 1등이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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