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디푸스, 삶의 합리성
외디푸스, 삶의 합리성
  •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3.05.0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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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외디푸스(Oedipus)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외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프로이트는 소포클레스가 쓴 ‘외디푸스 왕’에서 이 이름을 빌려왔는데, 남아가 자신의 아버지를 적대시하고 어머니에 대해 품는 무의식적 성적 애착을 일컫는 정신분석학 용어이다.

이 개념으로 인해 최고의 찬사와 최악의 비난을 받았던 프로이트, 그의 이론은 인간의 비합리성 기본을 가정으로 삼는다. 인간의 행동은 의식영역 밖에 존재하는 비합리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 본능에 의해 동기화 된다는 것이다. 신화 속 외디푸스의 행동을 잠시 들여다 본자.

‘부은 발’이라는 뜻을 가진 외디푸스는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의 아들로 태어난다. 라이오스는 자신이 이 아들에게 살해되며 자기의 아내를 범한다는 신탁(神託)을 받았기에 아기가 태어나자 발뒤꿈치에 쇠못을 박아 산속에 내버리게 한다.

자식을 버리는 잔인한 짓이지만 인륜의 파괴를 막기 위해 결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을 맡은 부하는 아이를 버리지 못하고 이웃나라 목동에게 넘겨준다. 목동은 쇠못에 다리가 퉁퉁 부은 아기를 코린토스의 왕 폴리보스에게 바친다. 아기가 없었던 왕은 이 아이를 입양하여 키우게 된다.

왕자로 자라난 소년 외디푸스는 장차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는 델포이의 신탁을 듣고 고민한다.

잔혹한 운명, 미래의 불행을 미리 막기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는 코린도스를 떠나기로 결단한다. 델포이에서 그는 코린도스 반대 방향인 테베 쪽으로 향하게 된다. 방랑길에서 마차행렬과 시비가 붙고 혈기왕성한 외디푸스는 마차에 타고 있던 노인을 죽이게 된다. 바로 친아버지인 라이오스를 죽인 것이다.

당시 테베에는 스핑크스라는 괴물이 나타나 수수께끼를 내어 풀지 못하는 사람을 잡아먹고 있었다. 테베의 여왕은 이 괴물을 죽이는 자에게 왕위는 물론 자신이 결혼까지 한다고 약속한다.

외디푸스는 수수께끼를 풀고 스핑크스를 죽게 해 테베의 걱정거리를 해결한다. 그 공로로 테베의 왕이 되고 여왕과 결혼을 한다. 친모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아내이자 친모인 이오카스테의 브로치를 빼어 자신의 눈을 찔러 스스로 소경이 된다. 절망한 외디푸스는 테베를 크레온에게 맡기고 딸인 안티고네에 의지하여 방랑의 길을 떠난다.

이 비극의 근원은 무엇인가?

외디푸스의 성격적 결함? 운명? 아이러니하게도 소포클레스가 쓴 ‘외디푸스 왕’에 나오는 외디푸스를 포함한 등장 인물들은 현명한 인간들로 순간 순간 문제해결을 위해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을 한다. 그런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결정을 할 때마다 비극의 강도는 더해갈 뿐이다. 인간의 이성적 합리주의가 참 왜소하게 보여진다.

공무원으로서 경력이 쌓일수록 문제해결에 있어 조금씩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바뀌어가는 나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복장, 말투, 표정 등등에서 이성과 합리가 묻어 난다.

문제는 ‘이러한 합리와 이성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선뜻 답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15년 정도 남은 공직생활, 합리와 이성적 판단으로 단련된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휴~”, 채워지지 않은 헛헛함을 느끼며 잠시 합리와 이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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