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공개투표 바람직하다
지방의회 공개투표 바람직하다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3.04.25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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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엄경철 취재2팀장 (부국장)

지방의회 심의과정에서 첨예한 사안으로 의원 간 대립할 때 대개 투표를 통해 결론을 낸다. 의원 간 의견이 상충돼 조율이 잘 안될 때는 투표를 통해 다수결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상임위원회는 물론 본회의장에서도 똑같은 룰이 적용된다.

어떤 사안을 놓고 반드시 결론을 내야 하는데 의회 내부에서 조율, 타협이 불가능할 때 합의하에 투표를 통해 다수결원칙에 수긍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회에서의 투표라는 것이 잘못 활용되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지방의회에서 심의 또는 협의과정에서 조율이 어려워 투표까지 갈때에는 어지간이 민감하거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이다.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종종 나오면서 투표는 그나마 의사결정에서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는 일종의 수단이다.

투표까지 가는 사안이 중차대하기도 하지만 민감사안이다 보니 무기명 비밀투표방식을 선택한다. 지방의원들이 어느 특정집단이나 특정인, 이익집단의 눈치를 보지않고 소신있는 선택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이유다.

어느 것에 치우치지 않고 소신있는 선택을 위해서라는 명분은 당연하다. 사전적 의미의 비밀투표제는 선거인이 비밀로 정책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제도다. 공개투표시 받을 수 있는 압력이나 영향력을 단절하고 공정한 투표를 할 수 있는 제도라는데에 공감한다.

그러나 비밀투표가 악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지방의회가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소신 선택을 위해 채택한 비밀투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청주시의회는 제320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청주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 의무부담 변경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도시건설위원회를 통과한 의안이 본회의장에서 통과되기 직전 찬반논쟁이 벌어지면서 투표로 갔다. 당연히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쳤고, 상임위에서 무난히 통과됐던터라 가결되리라 믿었다. 그러나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비밀투표에서 상임위 수정안은 찬성 11표, 반대 12표로 부결, 자동폐기됐다. 침묵을 지키던 일부 의원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수정안이 부결되면서 해당 지역주민들이 시의회를 항의방문하는 등 혼란이 야기되자 시의회는 다음 회기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며 사태수습에 애를 먹었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의회가 본회의장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결정한 사안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반발하니까 이를 무마시키기에 급급한 행태가 지방의회의 현주소인 것이다.

사태 수습에 나선 의원들은 해당 선거구 의원과 해당 상임위원장이었다. 자신의 선거구와 무관한 의원들 대부분은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한다. 시의회는 지역주민들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다음 회기에 통과를 약속하면서 자신들의 결정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꼴이 됐다.

다음 회기에 같은 사안을 통과시킨다면 시의회 위상은 어떻게 되는 건가. 위상추락 망신보다 순간의 결정이 자칫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최근 시의회에서 본회의장 등에서의 공개투표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도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한다. 국회가 비밀투표의 관행을 깨고 왜 전광판을 이용한 공개투표방식을 택했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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