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에 붙임
벚나무에 붙임
  •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 승인 2013.04.2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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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벚나무 터널을 지나는 학교는 별로 없을 것이다. 광혜원중학교는 정문을 들어서면 양쪽에 벚나무가 학생들을 반긴다. 오늘 국어 시간에 벚나무 꽃 아래서 수업을 하는 것을 우체국을 갔다 오다가 보았다. 학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고 마주쳐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참 기분이 좋았다. 학생들은 벚나무 꽃을 보면서 시를 쓰거나 산문을 쓰며 자신의 느낌을 나타내는 시간이었다. 왠지 그 앞에서 벚나무는 떡잎 식물이고 장미목 장미과야 하기에 매우 쑥스러웠다. 그냥 꽃이니깐 즐기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봄의 소식을 누가 알려주는가?

개나리, 진달래도 한몫을 하지만 벚꽃의 개화시기는 봄의 흐름을 알려주는 전령사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많은 사람이 사진기로 벚꽃을 찍고 향기를 맡으며 걸어가기를 원하는 것 같다. 진해 벚꽃축제를 비롯해 곳곳에서 벚꽃 축제가 점점 북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아름다운 꽃이 북쪽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한 학생의 글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라웠다.

봄은 많은 기회를 준다. 많은 가능성을 주기 때문에 더욱 아름답다. 꽃이라는 것은 새로운 열매를 맺어서 자손을 만들어 번식하는데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많은 꽃이 봄에 피고 열매를 맺는다. 그 정도로 때가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꽃이 필 때가 있고 열매를 맺을 시기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의 질서이다. 자연의 질서가 있을 때 아름다움은 감동으로 전해진다. 요사이 감동이 별로 없는 사회인 것 같다. 자연은 끝없이 감동을 주어야 살아갈 수 있다. 꽃도 마찬가지로 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감동이 없는 꽃은 벌이 찾지 않는다. 열매를 맺지 못한다. 원인과 결과가 확실하다. 봄에 핀 모든 꽃이 버찌라는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두 버찌를 만든다면 벚나무는 에너지 과잉 낭비로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다.

벚나무의 위대한 열매인 버찌는 포도당, 과당, 자당, 사과산, 구연산, 아미그다링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피로회복, 식욕증진 효과가 뛰어나다. 또 불면증이나 감기에도 좋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서 혈당을 떨어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미국의 미시간대학 연구진이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벚나무 껍질에는 사쿠라닌아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을 뽑아내서 만든 것이 ‘프로틴’이라는 기침약이다. 정말로 쓸모있는 나무이다. 이제 천연물에서 새로운 물질을 뽑아내는 것이 국제적인 경쟁의 기본이다. 자연은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나 스스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연구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왜냐하면 한 송이의 꽃도 끊임없이 노력을 한 결과이고 진화하기 때문이다.

벚나무 밑에서 자신의 느낌을 쓰는 학생들을 보면서 지금 이 학생들에게 벚꽃이 감동을 주었듯이 미래에 우리 가슴에 감동을 줄 학생들로 바뀌는 순간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감동을 주고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에 더욱 꽃이 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여 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름다움을 많이 본 사람은 당연히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아름다워지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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