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포세대·사토리세대·세대전쟁
5포세대·사토리세대·세대전쟁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3.04.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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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른 문제는 단순히 노인복지향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노령연금의 확대를 비롯한 노인복지제도의 확대는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표격인 속칭 58년 개띠들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보이지 않는 각종 사회문제가 줄을 잇는다. 연금을 비롯해 노인복지 비용은 수년 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들의 복지비용을 부담해야 할 청년세대는 수적으로도 열세다. 그 특성도 활기차거나 창의성이 뛰어나거나 듬직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 청년세대를 관찰하고 걱정하는 글들이 많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11년부터 일간지와 인터넷 매체 등에서 사용한 신조어를 정리했다고 한다. ‘2012년 신어 기초자료’ 보고서에 나온다는 젊은 세대에 관한 표현들은 흥미롭지만 착잡하기만 하다.

민달팽이 세대는 껍데기집이 없는 민달팽이 모습에 빗대어 취업 후에도 적은 수입 때문에 마땅한 주거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낙타 세대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는 것처럼 어렵다는 데서 나온 말 같다. 찰러리맨(Child+Salaryman)은 취업 후에도 부모에게 심적·물적으로 기대어 사는 청년을 뜻한다.

요즘 청년들은 등록금 문제로 인한 고통을 직접 호소한 세대이기도 하다.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고 취업이 안 되거나 취업해도 저임금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20대 때부터 신용불량자가 된 ‘청년 실신’, 31살이 되도록 취직을 못하고 맞는 ‘31절’이라는 신조어가 우리 청년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가장 아픈 표현은 3포 세대였다. 취업이 어려워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다는 표현이다. 여기에 스펙 쌓기 전쟁에 내몰려서 친구들과 인간관계도 포기해야 한다고 4포세대가 되었다. 급기야는 내집마련도 포기한다는 5포세대가 되었단다.

우리보다 고령화사회로 먼저 진입하고 저성장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젊은 세대는 어떤 특성을 보일까 지난 달 중순 아사히신문은 ‘소비 욕망을 잃어버린 젊은 세대’로 청년세대를 규정한 ‘사토리(さとり 득도)세대’를 소개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引き籠もり)세대에서 득도형 소극적 소비(사토리)세대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이 기사를 국내언론도 소개했다. 수많은 칼럼에서 사토리세대는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큰 까닭이다.

장기불황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젊은 세대의 좌절은 마치 득도한 수도승의 삶처럼 꿈을 접고, 욕망도 접고, 자가용 안타고, 해외여행은 인터넷으로 하고, 명품옷 안 입고 합리적이고 소극적인 삶으로 귀결된다. 승진해야 힘든 일만 많아진다고 승진도 꺼린다는 이들은 패기도 잃었다. 활력도 잃었다. 심지어 전국민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말도 한다. 기업도 젊은 세대의 소극적 소비패턴에 떨고 있다. 일본의 경제회복은 사토리세대의 변화에 달려있다고 정부조차도 큰 걱정을 하고 있다.

이미 20대 피씨방 폐인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그간 어머니들이 해오던 대형마트 계산원도 젊은 세대와 경쟁하고 있다. 아버지들이 퇴직하면 아들이 입사한다고 정규직 대물림이라고 소란도 있었다. 인구 0.5%의 다문화가정을 대표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있는데 청년실업층을 대표한 비례대표는 왜 안주느냐고 외친다. 닥쳐오는 세대간 대결은 피할 수 없다.

도대체 뭐하자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창조경제만 외치지 말고 적극적인 정책을 펴보자.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북한의 경제특구로 경제의 돌파구를 만들어 보자. 국내 포화상태인 공기업은 눈을 해외 저개발국가로 돌려보자. 아프리카에 수자원을 개발하고, 그간 쌓아온 아파트 건설을 수출해 보자. 영국과 미국의 제도만 따라하지 말고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제도도 배워보자.

젊은이를 위한 복지가 곧 노인복지의 재원을 마련하는 길이다. 5포세대의 불만이 폭발하면 현대화한 고려장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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