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잠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
양잠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아
  • 김웅기 <충북도농업기술원 잠사시험장장> 
  • 승인 2013.04.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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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웅기 <충북도농업기술원 잠사시험장장> 

우리나라 양잠산업은 4300여년을 이어온 전통산업이다. 1960~70년대에 외화획득 수출산업으로서 국가 경제개발에 크게 기여하였고, 세계 3대 잠사 생산국 가운데 하나였을 정도로 위상을 떨쳤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따른 농촌 노동력 감소와 임금 상승, 농약 사용 증가에 따른 양잠피해 속출, 중국산 저가 누에고치의 수입 증가로 인하여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누에사육 농가가 급격히 감소되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우리나라 양잠산업은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하였고, 섬유로서의 실크산업은 한계에 왔다는 것이 모두의 견해였다. 따라서 섬유산업의 양잠보다는 건강관련 양잠산업으로 부가가치를 올리지 않으면 양잠농가에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기능성 양잠산업’이다. 이 중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이 바로 ‘누에분말 혈당강하제’ 이다. 세계 최초로 누에로부터 당뇨에 좋은 혈당강하제를 개발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양잠농가의 주 소득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으로 개발된 것이 누에동충하초, 뽕잎아이스크림, 누에그라, 실크화장품, 실크비누, 인공고막 등이다. 이와 같은 기능성 양잠산업이 국가로부터 인정받아 1999년에 폐지되었던 잠업법이 2009년에 ‘기능성 양잠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제정되면서 양잠산업의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양잠산물의 놀라운 효능과 다양하게 쓰이는 생물자원으로서 용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누에는 혈당강하 성분이 있어 당뇨병 치료 및 예방 목적으로 누에분말이 이용되고 있고, 누에가 실을 토해 만든 실크에는 피브로인과 이를 싸고 있는 세리신이라는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를 이용한 피부 미백효과가 큰 화장품, 잇몸 상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치약, 천연 보습성분을 이용한 보습 기능성 비누 등을 만들 수 있다. 자연적으로 극소량 밖에 얻을 수 없는 물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대표적 기술인 분자농업(Molecular Farming)으로 누에가 실을 뽑아내는 실샘을 통해 의료용 단백질을 생산할 경우 저비용으로 순도가 높은 물질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실크 단백질막은 사람의 고막 조직과 물리적 성질이 가장 흡사하고 표면이 매끈하여 소리 전달이 용이하므로 인공고막 소재로 최적이므로 고막 재생기간을 크게 단축할 뿐만 아니라 저렴한 비용으로 시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뽕나무는 가장 지혜로운 나무로 여겨 그리스 시대에는 미네르바 신전에 바쳐졌을 만큼 다양한 기능성이 존재한다. 뽕잎은 칼슘이 녹차의 6배, 가바는 10배, 루틴은 약 4배가 많고 골다공증 예방, 변비 치료,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 기능이 있으며 동의보감에도 ‘풍을 제거하고 열을 내리며 피를 서늘하게 하고 눈을 밝게 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50대 이상의 어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먹어본 가난했던 시절에 더없는 군것질 거리였다. 오디는 항산화물질 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안토시아닌, 레스베라트롤 등이 풍부하여 피부탄력 증진에 좋을 뿐 아니라 칼슘, 철분, 아연 등이 들어 있어 건강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양잠산업은 이제 또 한 번의 전환기에 접어 들었다. 누에와 뽕나무에 관련된 고부가치 소재 및 제품개발을 통해 양잠과 관련된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정예 양잠농가 육성과 전문 인력 양성, 양잠기반을 조성하여 양잠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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