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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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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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짝퉁과 베블런 효과

최근 우리나라는 빈부의 양극화를 실감나게 하는 사건들이 범부들의 살맛을 잃어버리게 한다.

다름 아닌 가짜 명품에 눈이 어두워 물불 가리지 않고 구입하고, 일정기간이 지나 실증나면 또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등 마구잡이 고가 사치품 구입에 혈안이 된 일부 부유층들의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그것이 언론에 비추어진 1억원대의 가짜 명품시계 사건이다.

교묘한 기술로 눈가림한 가짜 명품은 요즘 '짝퉁'이란 용어로 고객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짝퉁의 주 고객이 한국사람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명품 구입에 열 올리는 일부 부유층과 연예인들, 이들 모두는 과시욕과 허영심으로 가득찬 여성들의 자화상이다. 나는 두 개의 단편소설을 인용하면서 과시와 허영에 들뜬 여성과 진정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던 여인을 소개하려 한다.

첫번째,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이다. 먹고 살기조차 급급했던 하급관리의 아내 루아젤은 행복이 무엇인지 느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어느 날 장관의 초청장을 받게 된 이 여인은 자신의 몸치장을 위해 고민하다가 부유한 친구를 찾아가 은빛 찬란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목에 걸고 파티에 참석했다.

이튿날 그녀는 그 목걸이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똑같은 목걸이를 되돌려 주기 위해 많은 빚을 지고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구입하여 친구에게 주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뒤 그것은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모파상 소설 '목걸이'의 이야기다.

허영에 들뜬 여인의 망가져 가는 일생을 보여주며 여인의 사치와 허영심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두번째, 오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1달러 87센트, 가진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중 60 센트는 잔돈이었다. 이 잔돈은 물건값을 악착같이 깎아 깍쟁이라는 핀잔을 받고 얼굴이 빨개지면서까지 식료품상이라든가 채소 장수라든가 푸줏간 사람들과 시비를 해서 그 때마다 한 푼 두 푼씩 모은 것이었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델라는 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에, 남편인 제임스 영씨도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애를 태웠다.

그런데 이들 부부에게는 대단한 자랑거리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짐이 할아버지 대(代)에서부터 물려받아 온 금시계였다. 그러나 시계줄이 낡아 차고 다니지 못했다.

다른 하나는 델라의 머리채였다.

델라는 금빛 찬란한 머리를 잘라 남편의 시계줄을 구입했으며, 제임스는 시계를 팔아 부인의 빗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구입한 것이다. 서로가 기쁜 마음으로 집에서 만났을 때는 자신들의 선물이 무용지물이 되었음을 알고 깊은 시름에 빠지지만 사랑으로 서로를 위로한다는 내용이다.

두 소설을 비교하면서 여인의 허영과 진솔함을 비교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란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번드 베블런은 1900년 전후 미국 부유층의 사치품과 과소비를 과시성 소비로 진단했다. 즉 경제상황이 악화되어도 터무니없이 고가품 수요가 줄지 않고 값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베블런 효과'로 정의하고 이는 부유층의 과시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치 한국의 가짜 명품시계 사건은

1900년대 미국사회에서 발생했던 구시대의 한국형 베블런 효과이다.

한국의 가짜 명품족 부유층 여인들이여, 끼니를 굶는 어린 아이들을 위해 그 돈을 선량한 기부로 사용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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