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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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8.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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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금강유역 공동체
금강은 전북 장수의 뜬봉샘에서 발원하여 흘러내려오다가 진안 마이산에서 발원한 진안천을 받아들여 거대한 호수를 이루는데 이것이 용담댐이다. 용담댐 아래로 덕유산 자락에서 흘러온 무주 남대천의 물을 받아들여 흐른다. 금강은 이내 충청도 땅으로 들어와 금산을 지나, 민주지산에서 발원한 초강을 받아들이며 영동을 지나 옥천에 다다른다. 옥천과 보은에서 발원하여 속리산 천왕봉에서 발원해 흘러내린 삼가천을 받아들인 보청천을 만나고 이내 대청댐을 이룬다.

대청댐을 지난 물은 대전 도심을 흐르는 갑천을 받아들이고 부강아래에서 경기도 안성에서 발원하여 넓은 진천벌판을 적시고 청주의 무심천을 받아들인 미호천을 만난다. 미호천이 만나는 유역은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지역이 된다.

옛날에는 강이 물류의 흐름을 담당하는 역할을 했다. 소나 말을 이용하는 육로는 여러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강은 오늘날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했다. 금강하구를 따라 충청도 깊숙이 물류를 운반하기 위해 부강까지 많은 배들이 드나들었다. 배가 드나들 수 있는 강, 금강은 이곳에서부터 강의 넉넉한 품을 보인다. 상류는 좁은 계곡을 지나며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준다면, 부강아래의 강은 많은 이들을 먹여살리는 벌판을 적시는 품 넓은 어머니의 모습이다.

금강변을 따라 내려가는 절경은 무척 아름답다. 충남산림박물관 들어가는 다리를 지나 강건너로 바라보이는 곳이 창벽이다. 중국에 적벽강이 있다면 한국에는 창벽이 있다고 하는 그 창벽인데 그곳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이 근처 마을에 살던 한 선비가 금강에 홍수가 났을 때 여러 동물들과 함께 사람을 구해주었다. 그런데 후일 여러 동물들은 자신을 살려준 은혜를 갚았지만 인간 만큼은 은혜를 도리어 모함으로 갚았다. 이에 크게 실망한 선비는 창벽 벼랑에 '인불구(人不求)'라고 새겼다. "사람은 구해주지 말라."

창벽을 지난 금강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람이 살았던 장소중 하나인 석장리를 지난다. 석장리에 인간이 처음 살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금강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금강은 이내 공주 공산성 밑을 지나고, 인간과 살았던 슬픈 곰의 전설이 어린 곰나루를 지나 유구천을 받아들이고, 부여로 흘러든다.

백제 멸망의 한이 서린 낙화암을 지난 금강은 이내 아주 너른 호수의 모습을 보인다. 하류로 내려오면서 강폭은 넓어지고 퇴적물이 쌓여 주변에는 넓은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무대로도 쓰였던 이곳을 지나면 금강의 하구를 알려주는 금강하구둑이 나온다. 바닷물이 강을 타고 올라오는 염습의 피해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건설된 하구둑은 오히려 흘러야 만 살 수 있는 강에게는 숨통을 죄어오는 거대한 압박과도 같은 것이었다.

지난 7월 큰 홍수가 지고 나서, 자연의 힘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이내 더 큰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우리가 강으로 나누어지는 유역에 살고 있고, 그곳의 물을 먹고 사는 유역공동체일 때, 강이 살아 있다는 것은 우리가 건강하다는 말과도 직결된다. 강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우리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기초가 된다. 강은 흘러야 건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범람하는 강의 한 모습만을 보고 그것을 자신들의 이해와 연결지어 댐을 만들자는 발상은 우리 모두의 숨통을 죄는 일이다. 창벽에 어린 전설이 단지 옛 이야기에 불과할까 은혜를 악덕으로 갚는 유일한 존재였던 사람은 오늘날에도 아무런 깨닳음을 얻지 못한 것인가

금강유역에서 살고 있는 초등학생과 선생님에게 금강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주최하고 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하는 '2006 금강순례 수련활동  온몸으로 체험하는 금강천리'행사가 8월에 2회에 걸쳐 있었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속에 천리(400km)나 되는 금강의 모든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금강이 나와 어떤 연계의 끈을 가지고 있는지 관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강을 발원지부터 끝인 합류점까지 볼 수 있다는 것은 강과 나의 관계를 찾아가는데 가장 좋은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금강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낀 아이들이 자라 창벽 어딘가에 세겨진 '인불구(人不求)'란 글자에서 '불(不)'자를 지워버릴 때가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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