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 전통과 현대 사이
한의사 : 전통과 현대 사이
  • 송준호 <한의사·청주첨단한방병원 교정재활치료센터
  • 승인 2013.04.2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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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송준호 <한의사·청주첨단한방병원 교정재활치료센터장>

엊그제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기를 만났다. 안부를 물으며 으레 그러하듯 명함을 교환했다.

필자의 명함을 보고 교정재활센터장이라는 직함이 궁금했던지, “교정재활치료센터장이 뭐야”라고 묻기에 “교정재활치료하는 센터 맡고 있는 거야. 디스크의 원인인 일자목, 거북목 혹은 일자허리, 오다리 이런 거 교정하고 오십견 또는 무릎이나 어깨, 발목 수술한 후에 회복을 돕고 일상으로 복귀시키는 재활 치료하는 곳이지.” 그런데 대답을 듣고 난 친구가 뭔지 모르겠다는 묘한 표정이다. 더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차마 묻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하, 이제야 깨달았다. 친구가 묻고 싶었던 것은 교정재활치료센터가 뭐하는 곳인지가 아니라 그것이 왜 한방병원에 있는가하는 문제였다. ‘침놓고 한약 지어주는 한의사가 그런 것도 하니’라고는 차마 묻지 못하고 주저주저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와 미처 다하지 못했던 대화 속에서 국민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은 한의사의 이미지와 현재 우리 사회 속에서 수행되고 있는 한의사의 역할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느낀다. ‘삼생이’나 ‘허준’ 같은 드라마 속에서 현대인들이 알아듣기 힘든 용어를 구사하며 침과 한약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한의사의 이미지가 보통 사람들이 갖는 한의사의 이미지일 것이다.

그날 만난 동기 역시 필자를 그런 한의사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의료계의 일원으로서 국민건강의 일정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의 한의사들은 그런 협소한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당장 필자만 해도 생체역학과 기능신경학을 한의학에 접목시킨 교정재활치료로 전통적인 한의학의 범주라 생각했던 범위를 넘어선 치료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현대의 난치병이라 일컫는 아토피 분야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한의사들이 많고, 화상치료에 일가를 이룬 한의사들도 있다. 피부 미용 분야는 이미 엄청난 발전을 거두고 있다. 여드름, 비만 이런 치료는 이미 한의사들에게는 보편적인 치료가 된지 오래고 약실자입요법(일명 매선요법)은 그 뛰어난 효과로 오히려 양방 의사가 응용한다고 할 정도이다.

한방초음파장부형상학회에서는 초음파 진단기를 진료에 사용하고 있고, 염좌나 골절을 진단하기 위해 x-ray 를, 허리디스크나 목디스크를 진단하기 위해 CT, MRI를 판독하여 진료에 참고하는 한의사들도 많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양방에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는 만성질환에서도 획기적인 치료효과를 자랑하는 한의사들도 많다. 항암 분야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항암치료의 부작용이 많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한다. MD 앤더슨이나 메이요 클리닉과 같은 세계 유수의 암센터에서도 침치료, 뜸치료를 시행하고 있다하니 한의학의 외연은 일일이 다 설명 못할 정도로 엄청나게 넓다.

한의학이 다루는 분야와 방법, 진단 기기들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사실, 어떤 한의사이건 한의사의 치료는 한의학적 기본 개념들을 바탕에 깔고 있고, 그러한 바탕 위에서 치료할 때 환자가 근본적으로 치유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환자들이 한의학보다는 양의학에 익숙하고 한의학적인 설명 방식보다는 양의학적인 그것을 더욱 쉽게 이해하는 현실 속에서 한의학의 변화는 시대의 요구일 것이다.

한의학의 다양함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이것이 바로 한의학의 현실이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한의사의 숙명이 아닐까 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친구에게 못했던 말을 해야겠다.

“응. 한의사도 교정재활치료를 할 수 있어. 그것뿐만 아니고 다른 많은 질환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치료하는 한의사가 많아. 네가 생각하는 한의사는 드라마 속의 전통적인 이미지일 뿐이야. 한의학도 현대의학의 일부이고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는 양의학 한의학이 따로 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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