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향기 : 머무름의 기술
시간의 향기 : 머무름의 기술
  • 하은아 <옥천도서관 사서>
  • 승인 2013.04.18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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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옥천도서관 사서>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인터넷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지구반대 편 소식도 손가락 터치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정보 기술의 발달은 점점 빠른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고 사회는 사람들에게 발 빠른 변화의 적응과 더 나아가 변화를 주도해야만 이 사회에서 살아남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시간에 살고 있는 것일까 의문이 생긴다. 미래를 꿈꾸며 살긴 하는데, 지금 우리가 보내는 시간이 우리의 시간인지, 아니면 미래의 시간인지 불분명하다. 현재를 살고 있어도, 현재가 아닌 미래에 저당 잡혀 꼭 대출금 갚는 사람처럼 현재의 시간은 원금과 이자로 갚기로 대체하는 느낌이다.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위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구술처럼 점점 가속도가 붙고, 시간의 사용도 그것을 위해 가속도가 붙는다.

도서 ‘시간의 향기 : 머무름의 기술’의 저자 한병철은 노동의 시간이 가속화 되고 소여성(所與性)이 짙어짐에 따라 시간의 향기가 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머물러 있던 시간이 사라지고 중력이 없어진 시간은 마구 쓸려 사라져 간다며 공허한 시간의 지속에서 우리는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시간의 향기를 찾아야 함을 역설한다.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을 똑같이 주어진다. 이 시간을 우리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한다. 노동을 위해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것인지, 잠을 자기 위해서 노동을 하고 밥을 먹는 것인지, 내일을 위해 오늘도 노동을 하고 힘겹게 잠에 드는 것인지 갑자기 혼란스럽다. 무엇을 위하여 시간을 쓰는 것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저자는 왜 시간에 향기가 있다고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읽고 또 읽었다. 저자가 말하는 향기는 의미를 말할 것이다. 시간이 갖는 의미 그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의미 인간 본연의 의미를 사색하는 것이다. 시간의 가속성은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로의 의미 단절을 가져오며, 그런 삶 속에서 인간은 사색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면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노동의 노예로 전락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또한 저자의 “오늘날은 사유조차 노동과 유사해진다”라는 단언에 내 생각을 읽어버린 것 같아서 창피하다. 내가 생각해온 사유의 시간은 계산되고 정확한 길이 있는 그러한 사유였던 것이다. 진정한 사유는 행로를 예측할 수 없고 불연속적인 여행임을 저자는 되새겨 준다. 사유는 시간에게 나아감이 아니라 머무름을 주는 것이며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니체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야만 상태로 치닫고 있다. 활동하는 자, 그러니까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따로서 관조적인 면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인간 교정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시계를 보고, 애써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를 지내는 우리에게 평온이라는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야 한다. 우리에게 늘 하루하루 새롭게 부여받는 시간이라는 것에 지나감과 흘러감 대신 머물 수 있음을 때로는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을 가능하게 해주는 사색이란 것과 친해보자. 그리고 시간의 향기를 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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