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평가에 멍드는 대학, 이대로 괜찮은가?
각종 평가에 멍드는 대학, 이대로 괜찮은가?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4.1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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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대학에 대한 각종 평가가 난립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사의 대학 평가, 정부기관이나 대학교육협의회의 평가, 각종 전공에 대한 인증평가, BK 사업, WCU 사업, 교육역량강화 사업과 같은 연구 개발 및 교육비 지원을 위한 심사 평가 등 수많은 평가가 있다.

최근에는 성과급적 연봉제로 교수를 줄 세우려는 평가 때문에 대학가가 시끄럽다.

대학에서는 이 같이 수많은 평가 하나하나를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언론사 평가는 대학을 서열화하고, 그 결과는 언론매체를 통해 즉각적으로 공개된다.

언론사 평가는 대학의 사회적 평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대학은 평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정부기관의 대학평가는 행정제재, 재정지원과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대학은 심혈을 기울여 평가지표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한다.

각종 인증평가는 졸업생의 취업과 연계되기 때문에 대학은 인증을 받고자 발버둥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연구 및 교육비 지원을 위한 사업은 돈과 직결되므로, 심사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평가에 따라서 연봉이 차등 지급된다면, 교수 개개인은 만족스러운 점수를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뛰어들게 되어 있다.

평가의 대상은 대학이라는 단일 조직이지만 평가의 주체는 평가마다 다르며, 평가 주체가 다르다면 평가 지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평가기준을 맞추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은 눈물이 날 지경이다.

국제화 지수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제 3세계로 학생 모집단을 보내고, 성과가 불분명한 영어강의에 매달리는가 하면, 지역 산업과의 연계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업비를 따기 위해서는 지역화에 힘쓰고 있는 대학임을 보여줘야 한다.

연구중심 대학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교육보다는 연구에 초점을 맞춘 대학임을 증명해야 하며, 교육역량강화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연구보다는 교육을 우선하는 대학임을 표방해야 한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각종 평가에 시달리다 보면 대학이 자체적인 장기 플랜을 갖고 대학을 운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대학에 대한 외부의 평가를 선의로 해석할 필요는 있다.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의 막중한 사회적 책무를 생각할 때, 적절한 평가를 통한 대학의 발전과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의 평가에 대학이 휩쓸려 가는 상황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대학은 변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잘 알고 있으며, 대학도 바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대학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바뀌는 조직이 아니라는데 있다. 대학은 자체적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자체적 처방을 내리고 이의 실현을 위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변화하기 힘든 조직이다.

외부기관이 요구하는 평가기준을 내세워 대학이 각 학과나 전공을 줄 세우거나 혹은 교수 개개인을 무한 경쟁으로 유도하는 것은 자발적인 변화 방식이 아니다.

대학이 돈 몇 푼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리거나, 그때그때 다른 평가기준들에 맞추어 규정을 뜯어고치고 장기발전플랜을 수정해야 한다면, 대학의 안정적인 운영과 발전은 요원한 일이다.

사회는 평가라는 수단을 통해 대학을 바꾸려는 조바심이 아니라, 대학이 스스로 변화하기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발휘할 때다.

그와 아울러 대학은 뼈를 깎는 반성을 통해 자발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계획과 동력을 마련함으로써 사회의 변화요구에 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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