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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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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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의 새 주역들
김 현 우 <대전지방보훈청 관리과장>

삼복에 입추까지 지났건만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벌써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 교회에 나오는 초등학교 1, 2학년 어린이 70여명을 버스 두 대에 나누어 태우고 대둔산 자락 운주계곡으로 물놀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아이들은 모처럼의 바깥나들이에 마음이 들떠서인지 짝꿍과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버스 안은 시끌벅적했다. 몇몇 아이들은 몸을 일으켜 앞뒤 좌석에 앉은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장난도 치면서 야외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시내를 벗어나 복수면에 접어들었을 무렵 갑자기 중간쯤에서 국경일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도 신기해 뒤돌아보니 칠 팔 명 되는 아이들이 합창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두 세 군데에서는 몇몇 아이들이 경쟁하듯 다른 노래를 목청을 높여 부르고 있었다. 노랫소리가 서로 뒤엉켜 들리고 있었지만 국경일 노래 부르는 아이들도 이에 뒤질세라 더 소리 높여 불렀다.

어른들도 뜻을 알기 어려운 제헌절 노래부터 현충일 노래와 광복절 그리고 삼일절 노래까지 부르더니 급기야는 애국가를 사절까지 제대로 부르는 것이었다. 가사의 뜻을 다 알고 부르는 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아이들이 대견스러우면서도 대체 어느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기에 저렇게 부를 수 있을까,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 저렇게 배우는지 몹시 궁금했다.

높은 산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물처럼 티 없이 밝은 우리 아이들이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면 보훈은 천년대계라 할 수 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홍익인간을 이념으로 평화를 사랑하며 이웃나라의 무력침략에도 나라의 정체성을 이어왔다. 한때는 우리의 선조들이 백두산 너머 광야를 다스리며 호통 친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의 일부마저 빼앗길지 모르는 위기를 당하고 있다.

제61주년 광복절을 보내면서 우리의 후손들이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더 큰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소중한 역사의 교훈을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이번 광복절, 일본 고이즈미 총리가 보여준 계산된 정치행보는 한·일관계가 일의대수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삼 확인하는 계기가 돼 씁쓸하기 짝이 없다. 불과 퇴임을 1개월여 앞두고 그것도 일본 패전일인 15일에 강행한 것은 한·일, 중·일 외교관계는 전혀 도외시한 것으로 밖에 풀이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일제의 압제로부터 광복을 찾던 날 '일본이 종전의 날이라고 우기는 것도 되새겨 볼 의미이지만'가해자인 일본 총리가 A급 전쟁 범죄자들을 추모하고 헌화하는 것 자체가 과거를 반성하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가계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는 일본 우익의 전형적인 초상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참배가 공약사항이라고 에둘러 변명하지만, 정상적인 상식선에서 놓고 보아도 그의 돌출행동은 가해자로서의 일말의 양심도 찾아볼 수 없는 후안무치라 할 수 있다. 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잇따른 망언과 돌출행동을 지켜보면서 역사의 의미를 우리의 후손들은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북의 평화로운 통일이 참된 광복이요, 우리들의 꿈이라면 이 뜻 깊은 날에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라를 지킨 선조들의 숭고한 헌신을 생각하고 미래를 여는 보훈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제2의 광복의 주역들이 지금 우리 곁에서 씩씩하고 지혜롭게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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