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고성능 카메라에 담긴 세상
하느님 고성능 카메라에 담긴 세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4.09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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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출생 서범석 시인, 4번째 시집 ‘하느님의 카메라’ 출간
온산 가득히 나무마다 흐드러진

눈꽃 수채화 속으로 들어가면 

발에 묻혀 온 검은 죄들은 기절하고

바람도 무서워 하늘로 떠났다

먼 벌 나비의 아련한 침묵만으로도

나무들은 순백의 꽃잎을 흩뿌린다

나무들의 각선미도 오늘은 빛을 잃고

나무마다 장엄한 눈꽃송이뿐

꽃비 속에서 나는 그만 두 손 모으고

딱따구리도 조용히 목탁 치며 경배 중이다

  -시 눈꽃 그림 전문-

서범석 시인의 네 번째 시집 ‘하느님의 카메라’가 시와 소금 시인선으로 출간됐다.

충북 충주 출생인 시인은 ‘지울 수 없는 있음’이란 시집 서문에서 “하느님의 고성능 카메라에는 모든 모습들이 찍혀있을 것이다. 조그만 지구의 아름다움, 너울대는 바다의 귀여움, 조잘대는 새들의 노래, 잠시 서 있다 쓰러지는 마무들, 그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는 나, 나를 이루고 있는 부끄러움.”이라고 적고 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네번째 시집으로 4부로 구성했다. 대상에게 말을 걸고 몸으로 다가가는 시편들은 대상과의 거리를 중요시 하고 있다.

박해림 시인은 “대상에게 아주 가까이 갔다가 한순간 뒤로 성큼 물러나는 시. 조심조심 한발 한발 다가갔다가 그 대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들이 얼마나 안간힘을 쓰며 제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지 제 몸이 어떠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스스로를 알려주는 시. 시인은 그런 시들을 시집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만약 이 세상을 단 하나의 카메라에 다 담을 수 있다면 그건 분명 하느님의 카메라일 것이다. 전지전능한 조물주만이 가능한 일이다. 아주 작고 미약하여 눈앞의 것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인간의 카메라는 늘 부분만 찍어댄다. 부분을 아무리 이어 붙여도 부분일 뿐 절대 전부가 될 수 없다. 한꺼번에 이 세상을 찍어낼 기술과 크기와 능력을 가진 존재는 역시 하느님임을 시인은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서범석 시인의 시를 분석했다.

서범석 시인은 1987년 《시와의식》에 평론으로, 1995년 《시와시학》에 시로 각각 등단했다.

시집으로 <풍경화 다섯> <휩풀> <종이 없는 벽지> 등이 있다. 현재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 김종삼시인기념사업회장, 계간《시와소금》 편집위원, 대진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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