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원 같던 충북대 캠퍼스가 흉물로
수목원 같던 충북대 캠퍼스가 흉물로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4.04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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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40여그루 무지막지하게 잘려 '삭막'
5년후에나 옛모습 되찾아… 무성의한 관리 지적

대학수목원이란 애칭을 갖고 있는 충북대학교 캠퍼스가 무지한 나무 전지작업 때문에 삭막한 캠퍼스로 변했다.

충북대 대학본부 옆 도로에 심겨져 있는 플라타너스 40여그루가 무지막지한 전지작업으로 잘려나가면서 흉물스런 교정이 됐다.

아름드리 나무들은 손발이 잘려나간 듯 토막으로 서 있고, 100미터 도로에 분포된 40여 그루 나무는 삭막함을 연출하고 있다.

흉물도로로 전락한 이 길은 60년이 훨씬 넘는 플라타너스가 도로 양측에 심어져 있어 ‘청주 가로수길’과 같은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운치있는 길이었다.

더구나 충북대학교가 개교되기 이전, 도 임업시험장으로 사용되면서 조성된 이 길은 학교의 역사는 물론 도정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무박사 김홍은씨(전 충북대교수)는 “나무를 심느라 고생했을 텐데 잘 자란 나무를 가꾸지도 못하냐”며 대학측의 무성의한 관리를 꼬집었다.

김 교수는 “충북대가 생기기 이전부터 자란 나무는 1948년 청주 가로수길이 조성될 당시 심었을 것”이라며 “임업시험장을 대학 교정으로 사용하면서 수목이 아름다운 캠퍼스를 가질 수 있었는데 생각없이 막무가내로 잘라낸 모습을 보니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 한그루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잘 가르치겠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교문앞에 내걸면 무엇하냐”며 “최고의 지성인을 배출하는 학교답게 모든 것이 존중된다는 것을 가르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플라타너스 전지작업은 가로수 위주로 나무가 부러져 도로에 장애가 생긴다거나, 도로변 상점 간판을 가리거나, 전깃줄을 건드리는 것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해 왔다.

하지만 충북대 캠퍼스처럼 장애요인이 없는 교정의 나무를 흉물스럽게 전지한 예는 거의 없다.

그래서 잘려나간 나무를 본 사람들은 김 교수와 같은 심정이다.

시민 이모씨는 “일반 도로도 아니고, 나무로 인해 방해될 것도 없는 캠퍼스에서 왜 이같이 나무를 잘랐는지 모르겠다”며 “대학이지만 공공기관이고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교정을 거닐고 싶어 찾아오는 곳인데 산림청장을 배출했다고 좋아하지만 말고 좀더 세심하게 신경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캠퍼스에서 만난 한 학생은 “그늘이 별로 없는 캠퍼스여서 나무가 그늘도 만들어주고, 걸으면서 사색도 할 수 있는 길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나뭇가지가 잘리면서 캠퍼스가 삭막해졌다”면서 “2~3년후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도 그늘을 주던 길을 다시 볼 수 없을 것같아 추억을 빼앗긴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렇게 잘려진 무성했던 플라타너스는 앞으로 5년 후에나 그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귀용 미동산수목원 임업시험과 팀장은 “충북대학교 처럼 가지를 모두 잘라내고 전지를 할 경우 최소 5년이 지나야 그늘을 만들 수 있다”며 “특히 충북대처럼 나무를 큰 줄기만 남기고 전지하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무의 원형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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