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꽃을 보며
산수유 꽃을 보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13.04.0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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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광혜원 중학교 정문을 지나 학교로 들어서게 되면 노란 산수유가 학생들을 반겨준다. 기분이 매우 좋다. 빨간 열매가 잎이 없이 홀로 달려있는 것이 애처로워 보였는데 이렇게 노란꽃을 내밀고 학생들을 기다리니 신통하다.

매년 반복되는 산수유의 개화지만 더욱 의미가 있고 활기차게 만드는 것은 꽃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달려와서 묻는다. “봄에 일찍피는 꽃에는 산수유와 생강나무꽃이 있는데 어떻게 구별하나요?”라는 질문이 올해의 산수유 꽃을 다시금 새기는 기회가 됐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학생이 묻는 그 순간은 갑자기 떠오른 차이에 대한 궁금증이 질문을 유도하도록 신경을 자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이고 산수유는 찼ㆎ나무과이다. 꽃을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꽃 하나 하나가 길게 신장되어 있고 떨어져 있는 것이 산수유이고 짧고 붙어 있는 것이 생강나무이다. 물론 줄기가 매끈한 것이 생강나무이다. 멀리서 보면 같은 노란색이라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우나 나뭇가지를 잘 관찰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생강나무는 꽃, 잎, 줄기 등을 문지르거나 상처를 내면 생강냄새가 난다. 이 두 식물은 개나리와 마찬가지로 꽃이 먼저 나오고 다음에 잎이 나온다. 그렇다면 꽃은 언제 만들어진 것인가? 봄에 피는 꽃들은 대부분 지난 가을에 꽃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 새로운 세계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개화하는 시기가 차이날까? 개화를 조절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때 졸업식에 꽃이 필요하다고 하여서 개나리를 잘라 교장실에 보관한 적이 있다. 적당하게 날짜를 조절하면 2월의 졸업식에도 개나리를 볼 수 있다. 개나리를 개화시키는데 필요한 것은 온도인 것이다.

식물들이 꽃눈을 형성하는데 관여하는 호르몬이 플로리겐이다(Florigen). 이 호르몬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꽃눈 형성을 조절한다. 빛의 길이에 따라서 장일식물, 단일 식물로 구분하고 빛의 길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식물을 중일식물이라고 한다. 봄에 피는 꽃은 플로리겐에 의하여 형성된 꽃이 개화하는 것이다. 개화가 온도와 빛의 세기, 빛이 쪼이는 시간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하여 피는 시기가 달라진다.

개화하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의미도 된다. 식물들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시기를 조절하거나 꽃의 형태, 색, 냄새 등 다양하게 변형을 시켜서 수분자를 구분하고 수분이 잘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진화하여 왔다. 개화시기 조절은 수분자를 위한 최적화된 조절이라는 것이다. 기후가 변화하면 이 경쟁의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생태계에는 큰 혼란이 되고 그 결과는 인간의 생활에 그대로 미친다. 마다가스카르에선 메뚜기들의 공습으로 국토의 절반이상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도 언젠가는 이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산수유의 꽃이 피고 나면 다음으로 벚꽃이 학생들의 등굣길을 반겨준다. 꽃은 우리에게 환한 얼굴을 만들어주고 희망을 준다. 그래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환한 미소와 주위의 꽃들은 새로운 조화를 이룬다.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을 구분하려는 마음을 가진 학생들과 끊임없이 탐구하려는 인간의 속성을 잘 유도하는 노력이 융합된다면 멋있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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