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서 對 범려
오자서 對 범려
  •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3.04.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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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양철기 <교육심리학 박사·충북도교육청 장학사>

기원전 470년경 춘추와 전국시대를 나누는 오나라와 월나라의 투쟁은 철천지원수가 함께 한다는 뜻의 오월동주(吳越同舟), 절치부심의 칼을 간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 동병상련(同病相憐), 토사구팽(兎死狗烹) 같은 현대인에게 친숙한 말들을 남겼다. 합려, 부차, 구천, 오자서, 범려 등이 등장해 원한과 복수, 욕망과 지혜가 칼과 창처럼 부딪치며 인간사의 교과서를 만들어 가는 춘추시대의 막바지, 특히 춘추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충신으로 알려진 오나라의 오자서(伍子胥)와 뛰어난 자기 처신을 보여준 월나라의 범려의 맞대결은 가히 중국사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오자서는 초나라 사람이지만 초나라에 원한을 품고 오나라로 망명해 공자 ‘광’을 왕으로 만들었다. 오나라 왕 부차는 조석으로 섶 위에 누워 잠을 자며(와신) 월나라에 대해 복수의 칼을 갈았고, 월나라 왕 구천은 쓸개를 매달아 핥으면서(상담) 오나라에 당한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엄밀히 따져보면 오-월의 투쟁은 오자서와 범려의 대결이었다. 두 사람의 치열한 투쟁은 예(禮)를 기반으로 한 춘추의 한 기둥을 무너뜨리고 전 중원을 부국강병과 영토 확장을 위한 경쟁시대인 전국시대로 이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운명은 극과 극으로 끝난다. 오나라 왕 부차는 오자서에게 촉루라는 칼을 내리고 자결을 명한다. 허망한 오자서의 죽음이었다. 범려는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를 멸하고 춘추오패의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보좌한다. 그리고 토사구팽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권력을 떠나 천수를 누리게 된다. 후대 사람들은 그가 오호의 신선이 됐다고들 한다.

후대의 사가(史家)들은 범려 보다는 오자서를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충효를 제일로 여기는 유교 권의 입장에서 볼 땐 신하된 도리로 왕에게 끝까지 충언과 직언을 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 월나라 범려는 충실하게 왕 구천 중원의 패자(覇者)가 되게 만들고 모든 공을 버리고 사퇴한다. 범려는 왕 구천이 환난은 같이 견딜수 있으나 함께 즐거움은 누릴 수 없는 인물로 보고 왕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살았다. 매력적인 두 인물 오자서와 범려, 이 두 사람의 성격유형은 어떠할까?

성격유형검사(MBTI)를 해본다면 오자서는 ST(감각적 사고형), 범려는 SF(감각적 감정형)로 나올 것이다. ST형은 과제를 잘 조직하고 판단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이다. 정확하고 올바른 것을 좋아한다. 과제수행에 초점을 맞추기에 개개인의 욕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ST형인 오자서는 돌아갈 줄을 몰랐다. 자신의 신념과 확신을 주위 여건이나 듣는 이의 감정 상태 등은 고려하지 않고 추진하는 성격유형이다. 큰일, 중요한 일을 할 수는 있으나 주변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사람이다. 오자서의 직설화법은 왕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일관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왕의 마음을 떠나게 만들었다.

감각적 사고형(SF)은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부여하는 가치를 중시하며 판단한다. 원리원칙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데 더 신경을 쓴다. SF형은 인간적인 따뜻함을 가지고 있으며 감정을 잘 읽고 잘 표현한다. 그러나 비판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상처를 쉽게 받는다. 기꺼이 경청하고 상담하며 타협할 줄 한다. SF형인 범려는 왕에게 간언할 때 주로 비유법을 썼다. 그는 왕의 마음 상태를 읽고 적절하게 대처했다. 들어갈 때와 빠질 때를 구분했다.

오자서와 범려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었음에는 같은 인생을 사는 듯했지만 결국 상반된 인생의 결말을 맞이했다. 혹자는 오자서가 변변치 못한 왕에게 끝까지 충언하다가 죽임을 당했다고 말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오자서와 범려의 상반된 성격유형이 두 사람의 운명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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