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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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8.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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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지혜

이수한 신부 < 충북사회복지사협회장>

모든 사람에게는 높아지려는 욕망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 출세를 했다며 축하도 해 주고 부러워하기도 한다. 또한 출세를 한 사람은 그 출세의 정도에 따라 어느 자리에 참석하든 상석에 앉게 된다.

체육관에서 운동경기가 열려도 높은 사람들은 로열석이라는 곳에서 관람을 하고, 웬만한 행사장에는 귀빈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그 자리에 앉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어느 자리에 참석하든 가능한 한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의 행사에서도 참석자들의 자리를 배치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된다. 사실 우리는 겸손을 이야기하지만 높아지려는 욕망 앞에서 겸손을 실천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사회복지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나팔을 불어야 잘한다 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러내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알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자기 분수보다 더 확대해 선전도 해야 하고 잘난 척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스스로 올라간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언젠가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라가다 스스로 헛디뎌 떨어지기도 하지만,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옆에서 기어이 붙들고 흔들어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올라가다 보면 많은 사람이 적이 되고 피곤해지게 마련이다. 어찌 보면 내려가는 것이 손해인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것이 진정 올라가는 길일 수도 있음을 생각하자. 물은 아래로 내려가는 습성이 있다. 결코 올라가거나 멈추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멈추어 버리면 웅덩이에 고여 썩기마련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내려가다 보면 큰 바다로 나아가게 된다. 볍씨를 파종하기 전에 농부들은 먼저 씨앗을 소금물에 담근다. 그렇게 하면 좋은 볍씨는 아래로 가라앉고 쓸모없는 볍씨는 위로 뜨게 된다. 농부는 그렇게 볍씨를 고른 다음 가라앉은 좋은 씨앗만을 가려 모판에 뿌리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도 가벼운 사람은 위로 뜨게 마련이며 무거운 사람은 아래로 내려앉게 마련이다. 성서에도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 20,2627)라는 말씀이 있다.

사실 이 세상을 지탱하는 이들은 소수의 높은 사람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다. 오늘도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특히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클라이언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종사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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