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대학정책의 성공과 MB식 정책의 청산
새 정부 대학정책의 성공과 MB식 정책의 청산
  •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 승인 2013.04.0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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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귀룡 <충북대학교 교수>

지역의 국공립대학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MB 정부에서 시행되었던 대학 선진화 정책의 후유증 때문이다. MB 정권의 교과부는 교수 사회에 성과연봉제를 강제적으로 도입하였고, 각종 재정지원을 빌미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강요하였다.

경쟁풍토를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강제 시행된 성과연봉제는 교수사회에 심각한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총장 직선제 폐지 후 새로운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학내 분규사태가 극에 달하고 있고, 선출 후에도 각종 소송에 휘말림으로써 선거 후유증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

MB 정권의 대학선진화 정책은 대학 사회 내부의 분열과 갈등만이 아니라 교육당국과 국공립대학 사이의 불신풍조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성과연봉제를 둘러 싼 국공립대학 교수협의회와 교육부의 대립과 갈등, 총장직선제의 폐지 과정에서 드러난 MB 정부의 강압적 행정에 대한 지역 대학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MB 정부 대학정책의 잔재 때문에 대학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가 MB 정권 교육 정책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교육의 본질적 가치 회복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교육을 경쟁 수단으로만 여기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곧 경쟁 일변도의 MB 정권 교육정책 때문에 훼손된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살리고자 노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읽혀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 같은 원칙에 입각해 교육부의 직제도 많이 바뀌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학선진화 정책을 밀어붙였던 대학선진화국이 대학정책국으로 바뀌었다. 대학정책국을 맡게 된 박춘란 국장은 대학과의 의사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으로부터 신뢰받는 교육부가 되기 위해 대학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나아가 대학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에 대해 현장과 함께 고민하는 대학정책국이 되겠다고 한다.

새로이 출범하는 교육부가 대학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대학 발전을 함께 도모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일방통행식의 정책을 강요하던 MB 정권의 교과부와 차별화 된 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나 새 정부의 대학정책에 대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공립대학을 괴롭혔던 MB 정권의 불합리한 정책들이 존속될 수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특히 걱정스러운 점은 신설된 대학 정책국 산하의 대학정책과가 과거 대학선진화과의 업무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는 점이다.

대학정책과는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 관한 기본 정책 수립,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 수립, 국립대 총장 임명에 관한 사항, 국립대학의 구조개혁 및 통폐합에 관한 사항을 고유 업무로 삼고 있으므로, MB 대학정책의 핵심 사안들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학장 공모제, 총장 직선제 폐지, 성과연봉제와 같이 대학 현장과 괴리된 독소 정책들에 관한 업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러한 사실은 MB 정권의 독단적 대학정책들을 수정하겠다는 의지가 새로운 교과부의 직제개편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대학 현장과의 일상적이고도 직접적인 소통은 장관이나 차관, 국장과 같은 고위공직자가 아니라, 구체적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실무진들의 몫이다. 장관, 차관, 국장급의 고위공직자들이 MB 정권과 차별화된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가졌더라도 실무자에게 할당된 업무들이 예전과 다르지 않다면 새로운 정책 시행은 요원한 일이다. 머리는 발전적으로 생각하지만 손발은 예전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이 MB 정권의 정책 잔재 때문에 교육의 본질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불필요하게 경쟁을 유발시키는 성과연봉제 때문에 교육이 등한시되고 있으며, 협력적 연구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총장 직선제 폐지로 인해 대학의 총장 선출과정이 더 복잡해져서, 예전보다 편 가르기가 심해지고 있으며, 더 복잡해진 이해관계의 셈법에 여념이 없다. 대학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새 정부의 교육 철학이 구체적인 업무분장에까지 녹아들어가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대학 현장의 불필요한 갈등과 분란을 퇴치할 수 있으며, 그와 아울러 MB 정부와 차별화된 교육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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