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행
아름다운 여행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3.04.0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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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탕! 하는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비행기의 몸체가 인천 공항에 내려앉는 순간 내 가슴은 안도의 고른 숨을 내쉬었다.

막내아들, 남편과 동행하여 25일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의 고국의 모습은 바로 살아 계실 때의 어머니모습이었다.

아들이 힘든 공부를 마치고 졸업식을 끝낸 바로 다음 날 우리 세 식구는 유럽여행을 떠났다.

아직 추위가 물러가지 않고 눈발이 내리던 날 고국을 떠나 그 동안 아들이 한 달 이상 철저히 준비한 여행 계획서를 가지고 장기간의 여행을 떠났기에 기대와 설렘은 잠을 설치게 했다.

영국을 시작으로 베네룩스 3국까지 9개국을 아들이 운전하는 렌터카를 타고 다니며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그 동안 여러 번의 해외여행을 했지만 관광회사를 통해서 지인들과 가는 여행이었기에 이번 여행은 더 특별했다.

아들이 모는 차에서 가족과 오붓하게 맛있는 것을 먹고 매일 인터넷으로 예약한 호텔에서 잠을 자며 우리 쌀로 밥을 지어 미역국을 끓여 먹기도 하고 삼겹살도 구워 먹으며 마음이 아주 편안했다.

우리 나라에서 보지 못한 다른 문화, 사람들의 모습, 자연환경을 보며 감탄도 했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담배를 입에 물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눈살도 찌푸렸고, 때로는 드넓은 땅과 조상님께서 물려주신 빛나는 유산들을 가진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여행은 인생의 행로와 같음을 여러 번 느꼈다.

여행을 하는 도중 즐거움이 많았지만 도중에는 맑은 날, 흐린 날, 비오는 날 등 다양한 날들이 전개되었다.

비바람이 불고 안개가 자욱한 인적이 없는 깊은 계곡에서 타이어 펑크가 나서 父子가 고생을 했고, 길을 잘못 들어 산속을 헤맸으며, 언어의 불통으로 숙소를 못 찾아 거리를 헤매기도 하였고, 휴대폰을 도난당해 경찰서에도 갔으며 달리던 눈길이 끊어져 되돌아 다른 길을 찾아 헤매는 힘든 일도 겪었다.

멋진 건축물과 아름다운 전원을 지날 때는 ‘이 곳에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지만 봄 속의 겨울을 만나 추위와 배고픔이 찾아올 땐 내 나라 내 가족이 그리워 잠을 못 이루기도 하였다.

우리의 삶도 이처럼 많은 변화를 겪으며 살아간다.

힘들고 어려움에 부딪혀 삶이 귀찮고 불행한 것 같다가도 때로는 맑은 날씨처럼 마음이 환해져 작은 일에도 행복에 겨워 삶이 아름답기도 하다.

여행에서 돌아와 여행 일지를 정리하며 되돌아보니 힘겨웠던 일도 즐거웠던 일도 모두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나에게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이제 내 삶을 되돌아보며 힘들었던 일, 즐거웠던 일, 슬픈 일, 기쁜 일 모두가 아름다운 여행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겠다.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내 삶에 가장 즐겁고 보람있는 여행의 기쁨을 준 가이드이며 보호자 역할을 하느라 고생한 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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