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척쟁이 경시대회
잘난 척쟁이 경시대회
  •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3.03.2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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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3월부터 새해가 시작되는 느낌이 든다. 학교에선 3월에 한 학년 자란 아이들을 맞이하고, 새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아이들을 보며 한 학기가 시작된다. 그러다보니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면서 권해주는 책도 시기에 맞춰 추천하게 된다.

3월에 맞춰 ‘짝꿍 바꿔 주세요’‘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고르다가 내려놓았다. 4월 과학의 날이 바로 며칠 뒤이니 아마도 이 글이 나올 즈음에는 4월에 맞는 책이 더 좋을 것 같아서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를 통해 이야기했지만 학교에서의 4월은 과학의 달이다. 다음 주부터 각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과학 대회가 열리고 행사를 치르며 과학을 공부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과학을 설명하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런 고민을 조금 덜어 줄 수 있는 도서‘잘난 척쟁이 경시대회(앤드루 클레먼츠 저)’를 소개하고 싶다.

앤드루 클레먼츠는 ‘프린들 이야기’‘작가가 되고 싶어’ 등의 다양한 작품을 쓴 작가인데,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다.

어라? 과학 책을 소개해 주신다더니 왠 잘난 척인가. 잠시 의문을 표할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주인공은 제이크 드레이크라는 초등 4학년 어린이다. 나이는 10살. 태어나서 지금까지 10년의 세월을 컴퓨터에 푹 빠져 지낸 아이로 글자를 배우기 전에 게임을 먼저 배웠으며 게임으로 그림 그리기와 셈하기를 배운 컴퓨터를 좋아하는 소년이다. 흔한 요즘 어린이 중 한 명이다.

제이크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게 싫어하는 건 “난 다 알아”“선생님! 제가 발표하고 싶어요”하며 손 번쩍 드는 잘난척쟁이들이다. 제이크는 “선생님, 저요”는 저학년때 졸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초등학교 중학년의 평범한 소년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과학경시대회가 열리는데 상품이 최신형 컴퓨터다. 과학경시대회는 원래 선생님 말씀에 손 잘 드는 잘난척쟁이들만 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상품을 타기 위해 과학경시대회에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컴퓨터 때문에 과학경시대회의 우승을 노리고 대회를 준비하게 되는데…. 이 다음은 책으로 읽어 보길 바란다.

이 책은 ‘과학은 이겁니다’ 하고 하나 하나 설명한 책은 아니다. 제이크가 과학 경시 작품을 준비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과학은 어떤 학문인지, 호기심이 어떤 것인지, 그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스스로를 통해 설명하며 과학은 실험과 관찰로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이야기로 알려 주고 있는 책이다.

과학을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특히 여자 아이들에게 과학이란 어떤 것일지를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렵다. 과학이 왜 재미있는지, 과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암기한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달달 외우고 쓰고 있다. 과학은 관찰하고 생각하는 학문인데도 말이다.

이 책은 그래서 과학 관찰 이야기인데도 지겹지 않다. 제이크의 과학경시대회 과제물을 두고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과학경시대회를 준비하는 것을 보며 자기도 제이크의 과제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제이크가 컴퓨터를 갖게 될까? 제이크의 과제물은 어떻게 될까? 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

전형적인 문과계인 나에게도, 과학이라면 공통과학 이후로 싫어했던 이과계 바보인 나에게 과학은 이런 거야 하고 설명해 주는 수학귀신 같은 책이다. 4월 과학의 달이 버거운 학부모라면 꼭 한 번 아이와 함께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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