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하는 작가의 삶 속에 담긴 촌철살인
고뇌하는 작가의 삶 속에 담긴 촌철살인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3.03.27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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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중진작가 강준희씨
충주의 중진 작가 강준희씨(사진)가 작가인생에서 겪은 일화를 엮은 ‘희언만필(戱言漫筆)’(국학자료원, 2013. 3.1, 1만5000원)을 출간했다.

이 책은 작가가 일정한 형식이나 체계 없이 말장난 처럼 쓴 글이지만 익살 속에 사물에 대한 풍자나 비판이 들어 있어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과 함께 ‘촌철살인’의 깨달음을 얻게 한다.

이 책은 319쪽에 네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첫번째가 한국문단의 타락과 병폐와 부조리를 고발한 ‘한국문단에 띄우는 긴급동의’라는 글로 가장 고고하고 당당하고 의연해야 할 문사들이 그렇지 못한 정신과 자세와 행위를 질타했다.

이글은 200자 원고지 150장 분량으로 1998년 ‘자유문학’겨울호 권두에 전재된 글을 다시 옮겨 놓은 것으로 현재 문단의 자성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두번째는 ‘아, 고구려!’라는 글로 충주문화원 초청으로 중국 길림성 즙안현의 고구려 유적을 보고온 소회를 적었다.

이 글에서 작가는 현지 고구려 유적에 대한 설명이나 해설에 오탈자가 많고 맞춤법 등이 엉망인 것과 웅혼한 고구려 정신을 우리 젊은이들이 너무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나아가 역사를 등한시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세번째는 ‘나’라는 사람-내가 나를 해부한다’로 작가 자신을 스스로 해부해 객관적 시각에서 진솔하게 장점과 단점을 실예를 들어가며 쓴 자기 고백서다.

이글을 통해 독자는 작가의 진면목을 발견하고 놀람과 동시에 친근함을 느낄 것이다.

네번째는 ‘아나디아’로 숱한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고고하고 청렴하게 삶을 살아온 작가가 거액의 물질 유혹에 갈등을 느낀 심리를 진솔하게 써냈다.

1986년 변변한 집도 없고 곤궁한 살림에 힘들게 살던 작가에게 한 스님이 자신의 자서전을 써주는 댓가로 26평 아파트 한채와 중대형 승용차 한 대 값을 주겠다고 제의하지만 깨끗한 영혼과 작가로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거절한 후 겪은 고뇌와 갈등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현재 80세가 넘는 고령에도 돋보기를 들이 대며 글을 쓰고 있다는 작가는 단양에서 출생, 신동아에 ‘나는 엿장수외다’, 서울신문에 ‘하 오랜 이아픔을’이 당선되고 현대문학에 ‘하느님전 상서’ 등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 ‘강준희 문학 전집’등 27권에 달하는 책을 냈지만 아직도 청빈과 선비정신으로 사는 영혼이 맑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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