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 하은아 <옥천도서관 사서>
  • 승인 2013.03.2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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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옥천도서관 사서>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내라. 그렇다면 당신에게 빛나는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라는 경구와 비슷한 말들을 우리는 수많은 자기계발서 안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러한 이야기를 읽을때마다 다짐을 하고 반성을 하고 내 자신이 지금보다는 더 성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내 안에 충분히 내재되어 있다고 파이팅을 하게 된다. 그러한 힘을 주는 것이 자기계발서의 힘일 것이다.

하지만 넘쳐나는 자기계발서가 요구하는 생활패턴의 수정과 지나친 파이팅이 힘에 겨울때가 있다. 지금도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것 같고 꼭 남보다 경제적인 여건이 풍족해지고 사회적 명성을 쌓아야 성공한 삶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 더욱 그렇다. 그러면 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까 어떤 삶이 나에게 효율적이고 의미있는 걸까?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저)’이 책은 이런 고민에 대한 저자가 생각하는 답일 것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어떻게 사는 것에서 결국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생각만 해도 너무 딱딱한 주제다. 하지만 책 속에서 묻어나는 익살스러움과 범인과 다른 삶을 살아온 저자가 나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임을 깨닫게 해주는 공감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어 책을 덮을때는 조용히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며 이것은 어떻게 사는 것과 더불어 중요한 명제임을 말이다.

파란만장한 정치인의 삶에서 지식소매상으로 돌아온 저자는 정보를 찾거나 배우려할때 책부터 찾는다며 어쩔 수 없는‘먹물’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실존주의자 하이데거, 카뮈, 카프카 등의 책들은 저자 자신을 열등감에 빠지게 만들며 “제발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란 말이야”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왠지 아는 것이 많아 보이고 똑 부러지는 말솜씨를 가진 저자의 저런 속내가 반가웠다. 어려운 책을 읽을 때마다 여우의 신포도라 생각하곤 하는 우리네와 닮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삶은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는 것이라 이야기 한다. 즐겁게 놀 줄 알아야 하고 즐거운 일을 하여야 하고 사랑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통해 연대하는 삶으로 살아야 가는 것이 칸트적 삶이고 추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존엄한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삶도 선택이듯이 죽음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며 살고 죽음의 선택이 아니라 어떻게 죽는 것이 존엄한 죽음이며 개인은 이 죽음 또한 선택할 권리를 가지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존엄’인 것이다. 자살을 방조하거나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것에 대하여 담담히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저자는 ‘글쟁이’로서 독자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지 않았으니 이 책은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독자들 자신의 삶을 그리고 죽음을 반추하고 정리해 볼 여유와 시간을 선물해 주었으니 그 또한 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유한한 생명을 부여받았다. 저자가 밝힌 것처럼 우린 백만 년 넘는 우주의 역사에서 찰나를 살아가는 존재이니 하루살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하루살이와 다른 것은 우리는 우리의 삶을 선택할 수 있고 인격의 존엄과 인생을, 품격을 지켜나가려 애쓰고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하려 노력하고 타인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고 음미해 본다.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이며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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