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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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1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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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신문을 가질 자격
김남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저희들 월급요! 그냥. 어느정도 받지요. 애가 있으면 감당하기 힘들고 혼자 살기엔 그럭저럭 버틸만 하지요. 어쨌든 돈 벌려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원해서 하는 일인데 이 정도 임금이라도 받는게 대견합니다".

어떤 사람이 내 월급을 물었을 때. 했던 대답이다. 다시 그 사람이 말을 받았다. "사실은요. 참 말하기 부끄러운데요.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받네요. 그나마도 IMF때 절반이상 깎였다가 회복됐는데 지금 한 만원 받아요"라고 말하면서 시선을 아래로 거두었다. 나도 다시 대답했다. "짐작은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짐작보다도 더 안좋은 상황이네요." 몇해전에 지역의 모일간지 기자하고 보리밥을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다.

그런데. 그날 그분이 하고 싶은 얘기는 월급 얘기도 아니고 근로조건 문제도 아니였다. 언론사 내부의 민주주의의 문제였고. 그 울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자리였다. 그날. 그분과 나는 몇가지 비장한 다짐을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충청일보에서 '노동자의 벗! 개혁언론!'의 깃발이 올랐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사람이 아마도 문종극 노조위원장이였을 것이다. 나는 그 분을 한 2년째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데 지금까지도 그 분은 조마조마한 마음과 아슬아슬한 심정에 있음을 느낄수가 있다. 경제고로 부득이하게 떠나는 조합원이 있는 날이면 그는 술잔으로 쓰린 속을 달래야 했고. 바깥에서 충청타임즈에 들려오는 쓴소리가 있어도 술잔에 얼굴을 비춰야만 했다.

충청타임즈가 창간한지 1년이 지났다. 창간하면 1주년 되는게 별 대수야 하겠지만. 충청타임즈 내부 구성원 만큼은 이 1년의 시간이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를거다. 몇 달 전에 충청타임즈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회단체 분과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눈물이 쏙 날 정도의 날선 비판이었다.

그때. 나는 고집을 피웠다. 고집의 요지는 '밥'이었다. "충청타임즈가 살아 남을 만큼의 밥을 찾아야 하고. 우리 구성원들이 양질의 기사를 쏟아낼 만큼의 밥이 있어야 하는데. 이분들은 밥을 굶고 있잖아요. 좀만 더 기다리세요".

다시. 지역의 노동자들에게 부탁하고픈게 있다. "지역의 좋은 신문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도 맞지만.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밥을 만듭시다. 밥 없어도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고생하는 많은 언론노동자들이 있지만. 이제 좋은 언론을 가지고 싶으면 이 분들이 맘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같이 만들어줘야 되는거 아니겠습니까!" 올 가을 더 많은 노동자들이 충청타임즈를 아침먹기전에 집에서 읽기를 기대해본다. "노동자의 벗! 충청타임즈"가 오래가기를 정말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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