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노조 재창립부터 창간 1주년까지
충청일보 노조 재창립부터 창간 1주년까지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6.08.15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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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언론 실현위한 외롭고 처절한 싸움

여전히 부족하지만 결국 해 낼 터

   


"마침내 충청일보 노동조합과 충청일보 사수 직원 비상대책위원회가 언론개혁 투쟁 정신을 완성하기 위해 '충청타임즈'라는 새신문을 8월 15일 창간했습니다."

"지역언론개혁이 저희 충청타임즈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으로 생각하고 이 길이 아무리 어렵고 험난한 길이라해도 저희들은 몸소 실천해 독자들에게 보여줄 것 입니다."

이는 2004년도 9월16일 창간 58년 전통의 충청일보를 명실상부한 충청권 최고 정론지로 만들자는 각오로 파업에 돌입했던 직원들이 회사측의 직장폐쇄 및 폐간(2004년10월14일), 법인청산(2004년11월12일)과 전직원 불법 정리해고(2004년11월18일)라는 언론사상 초유의 횡포에 맞서 1년여 동안 외롭고 처절한 투쟁의 결과물로 충청타임즈가 창간되면서 대표이사가 밝힌 의지의 한 단면이다.

민족의 광복61주년을 맞는 8월 15일 충청타임즈가 어느새 창간 1주년을 맞게 됐다. 창간 1주년을 맞아 충청타임즈가 걸어온 길을 특집으로 제작한다는 편집방침에 따라 자료정리에 나섰다. 고작 1년밖에 안된 역사인데 수십년을 흐른것처럼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 때론 환호성을 지르고, 뿌듯함을 느꼈던 일, 때론 고통스럽고 절망감에 빠져 처절한 좌절감과 외로움을 맛봐야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충청타임즈가 걸어온 길을 보려면 충청일보 노동조합의 재창립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돼야 한다. 지난 2004년 5월 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충청일보 분회가 창립되고 당시 사회부 차장이었던 문종극 차장을 위원장으로 선출, 노동조합이 출범하면서 충청타임즈의 역사가 시작된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노동조합은 그 해 9월부터 열악한 임금 개선과 편집국장 직선제를 통한 편집권 독립이라는 참언론 실현을 위해 스스로 떨쳐 일어서 파업이라는 수단으로 그동안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사주인 임광수 회장(임광토건 회장)과 맞섰다.

당시 충청일보에 재직하던 몇몇 기자들은 종사원들의 저임금, 신문의 질 저하 등 충북지역 신문시장의 혼탁함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충청일보의 책임이라는 자괴감에 늘 편치않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사실 전국 지방일간지중에서 충북지역 만큼 임금이 열악한 곳이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론지가 만들어 질 수 없다.

이 같은 책임감은 58년 역사를 가진 충청일보의 종사원으로 그래도 다른 신문보다 나은 대내외적인 대우를 받는 기득권을 포기하게 됐고, 그것이 곧 노동조합 재창립과 철옹성과의 한판승부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주는 직원들의 참언론 실현을 위한 끈질긴 요구를 외면하고 오히려 직장폐쇄와 직장폐쇄 한 달여 만에 주주총회를 통해 폐업(법인청산)을 결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횡포를 부렸다. 지역과 함께 해 온 58년 역사를 가진 충청일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누구의 소유일 수 없는 언론을 사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주의 언론관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임광수씨는 충청일보에 잠시 거쳐가는 나그네에 불과했지 주인이 아니었다. 충청일보의 창간은 일제식민지의 고난을 겪은 고 김원근 선생(청석학원 설립자) 등 지역의 원로들이 충북을 대변하는 신문이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1946년 3월1일 '국민일보'라는 제호로 창간해 '충북신보' '충청일보'로 변경되면서 사주도 이도영 박사와 이석훈 사장(이도영씨 차남)을 거쳐 1989년 임광수씨가 충청일보를 인수하면서 사주가 된 것이다.

임광수씨는 참언론 보다는 1992년 치러질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언론을 이용해 보자는 의도로 인수한 후 낙선하자 곧바로 정치도 접고 충청일보도 관심 밖으로 방치해 진정한 언론사주로 칭하기가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탄생했다고 해서 '이참에 잘됐다'며 폐간과 법인청산, 전직원 정리해고를 단행한 임광수씨의 개과천선을 기대하고 어떻게하든 지역언론을 이끄는 진정한 맏형 언론으로 충청일보의 참언론으로의 변신을 꾀하려했던 노동조합은 사주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쥐꼬리 만한 월급이나마 못받는 1년여기간 동안 조합원들은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고, 사측이 제기하는 27건의 각종 소송에 몸서리쳐지는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한가닥 희망을 싹틔우기 시작했다. 희망없는 사주를 대상으로 '우이독경'을 그만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새로운 신문을 만드는 것이며, 오늘 창간 1주년을 맞은 충청타임즈가 그 결정체다.

소액주주와 도민주로 탄생된 충청타임즈는 지난 2005년 3월 31일 김영일 현 대표를 대표이사로 법인등기를 완료하고 자립경영, 편집권독립, 개혁적 대중지, 제역할하는 언론을 창간정신으로 일제 식민지하에서 광복을 한 8월 15일 드디어 그 첫 호를 발행하게 됐다.

민족의 광복 60주년이었던 이 날은 특히 충청일보라는 제호(1946년 3월 1일 국민일보 창간-1954년 충북신보-1960년 8월 15일 충청일보 제호 사용)를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날이기도 해 의미가 매우 큰 날이다.

이렇게 창간된 충청타임즈는 언론개혁을 이끌기 위해 그동안 충청일보에는 없던 많은 제도가 필요했다. 이에따라 구성원들은 노동조합이외에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편집국장 직선제 편집규약 편집위원회 독지권익위원회 사원윤리강령 기자윤리강령 고충처리위원회 등을 구성해 개혁언론의 틀을 잡아갔다.

특히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충청타임즈의 구성원을 비롯한 소액주주대표, 노동시민사회단체, 경영진 및 이사 등이 함께 참여해 소유와 경영, 그리고 편집권 분리를 시도했으며, 편집국장 직선제는 편집권 독립을 확보하기 위한 절대적인 제도로 정착시켜나가고 있다.

또한 편집위원회는 노사 동수로 위원을 구성해 매월 정례회의를 통해 보도방향과 문제점, 편집권 유지 등에 대한 논의과정을 거쳐 시정하거나 발전시켜나가는 제도다.

이 때문에 낙종은 있을 수 있어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일선 취재기자들이 제출한 기사의 미게재가 다반사였던 옛 충청일보 시절의 악습은 충청타임즈에서는 없다. 이같은 이유로 다른 언론에서 알면서도 보도를 못하거나 안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충청타임즈에서는 대부분 보도되고 있다.

또 충청타임즈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에게 지식정보와 재미를 더해주기 위한 장단기 시리즈물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충북테크노폴리스를 향하여 지역경제활성화 시리즈 전환기를 맞은 청주산업단지 성과와 과제, 한미FTA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등이 그렇다.

특히 장기적인 시리즈물로는 무심천의 어제와 오늘 대한민국의 자랑-직지 잊혀져가는 생활도구 연숙자기자의 이야기가 있는 숲길 충북지역 기독교의 뿌리를 찾아서 신화속의 날씨 실크로드 견문록 등은 다른 어떤 신문에서도 볼 수 없는 연재물로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함께 다양한 칼럼이 눈길을 끈다. 오피니언면을 이용해 매일 논단이나 특별기고 형식으로 게재되는 칼럼은 지역이 여러 계층에서 참여하고 있으며, 각 특성화 면마다 칼럼이 함께 게재되고 있다. 노동·NGO·봉사면에서는 환경·생태분야, 노동분야, 사회복지분야, 교육분야 등이, 문화면에는 무심천과 백목련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비롯해 문학칼럼, 종교칼럼 등이 매일 게재되는 등 다양한 필진과 소재의 칼럼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이같은 다양한 칼럼은 전국의 어떤 신문에서도 찾을 수 없다.

충청타임즈 구성원들이 여러면에서 부족하지만 하고자하는 노력은 심사에서 통과하기가 까다로운 신문발전위원회가 선정하는 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게됐다. 또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조사한 구독자 여론조사 결과 충북도내에서 구독률·열독률·인지도·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충청타임즈의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다.

그러나 충청타임즈 구성원들은 전문인력 미흡, 각 분야의 자료 미비 등으로 인해 독자들의 기대에 여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언론개혁을 이끌고, 심층보도를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확실하게 차별화된 신문을 만들겠다는 당초의 약속은 절반도 지키지 못했다고 자평한다.

여전히 충청일보 사측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각종 소송에 시달리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또 충청일보 시절에 만들던 신문만들기에 길들여져 있는 구성원들의 습성, 자금 및 인력 등이 한계로 작용하면서 확실하게 차별화된 새로운 신문의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차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창간 1주년을 맞으면서 구성원들은 지난 1년을 회고하고 충청권 독자들과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등 지역사회의 따가운 채찍과 격려를 되새기면서 약자를 대변하고, 지방자치, 지방분권, 지역균형 발전을 추구하는 정론지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 새 충청일보가 걸어온 길

2004년
5월 7일-전국언론노조 충청일보분회 창립
25일-충청일보 분회 지부로 승격
9월 1일-제5차 임단협 협상교섭중 사측에 불성실한 교섭태도로 결렬
10일-조합원 비상총회서 94% 파업결의
15일-충북지방노동위로부터 조정종료 결정
22일-본파업 돌입
10월 15일-직장폐쇄
11월 9일-충청일보 바로세우기 범도민 대책위 발족 기자회견.
10일-임시 주주총회서 법인 청산결의.
26일-76만원 어음 결제 못해 최총 부도.

2005년
1월 24일-충북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 판정
3월 31일-충청타임즈 법인 등기 완료(김영일 대표이사)
4월 1일-조합원 비대위 총회 창간 준비 실무위원회 발족.
14일-전산장비 설명회
6월 -전 구성원 전산교육 및 취재·편집교육
7월 11일-직선제 편집국장 선출(김주철 초대국장 선출)
13일-언론노조 새신문창간 도민주운동 선포
26일-충청타임즈 소식지1호 발간
8월 2일-충청타임즈 소식지2호 발간
11일-충청타임즈 소식지3호 발간
15일-충청타임즈 창간호 발행

2006년
3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신문구독자 여론조사 결과 충북도내 구독률·열독률·인지
도·선호도 1위 차지
7월 -신문발전위원회 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 선정
8월 15일-창간 1주년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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