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린(Lignin)
리그린(Lignin)
  •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 승인 2013.03.14 2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최종석 <진천광혜원중학교 교사>

3월이고 봄이 왔다. 주위에서는 잎과 꽃들이 살며시 내밀고 있다. 그러나 나무들의 경우 아직도 앙상한 나뭇가지가 겨울의 추위를 무사히 버티었다는 즐거움에 차 있다. 풀들은 대부분 겨울에 줄기가 살아서 똑바로 서 있지 않은데 나무들은 눈과 매서운 추위를 이겨내고 자신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 참 대단하다. 우암산에 올라 나무들을 보면 나뭇잎이 붙어 있는 상록수와 나뭇잎이 붙어 있지 않은 낙엽수가 있다. 그러나 모든 나무의 가지나 줄기는 그대로 버티고 있다.

나무가 가지를 버티고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풀들은 다 쓰러지거나 줄기가 죽어 있는데 나무는 살아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줄까? 한편으로 나무의 모습에 세상을 보는 시야가 달라지기도 한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야만 했을까?

바다에서 광합성하는 조류들이 산소를 방출했고, 이것이 오존층을 만들어서 자외선의 강도가 약해지면서 식물들은 육상으로 올라오려는 노력을 한층 가열됐다.

바다 속으로 내려갈수록 빛이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광합성을 할 수 없다. 깊이에 따라서 광합성 색소를 달리한다. 수면에 있는 녹조류와 가장 깊이에 서식하는 홍조류는 광합성 색소가 다르다. 그 이유는 빛이 바다 깊이까지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육지로 상륙 하면 많은 빛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육지로 상륙을 시도했다. 하등한 식물들이 물과 육지의 중간 습지에 적응하였고 고등한 식물들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식물이 육상화되면서 나타난 것 중 하나는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보다 빛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빛에 가까이 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광합성에 의해 만들어진 탄수화물 중 셀롤로오스는 식물을 지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셀롤로오스는 한계가 있다. 초본과 목본 속에 들어 있는 셀롤로오스는 단단하지 못하다. 힘을 받으면 구부러지거나 형태가 변형이 된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빛을 받기 위해 더 높이 성장하는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식물이 진화하는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지용성 페놀고분자인 리그린이다. 침엽수나 활엽수의 목질부를 구성하는 성분을 의미한다. 리그린이 없다면 나무는 높이 자랄 수 없으며 단단하게 만들어질 수도 없다. 목본이 초본과 경쟁에 이기기 위한 선택이다. 산에 올라 나무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내는 이유는 리그린이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진화의 결과이다. 그래서 초본과 목본을 구분하는데 리그린의 유무를 가지고 가리기도 한다.

최근 바이오에너지의 원료로서 바이오 메스(biomass)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리그닌의 생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들의 특성과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도입해 리그린의 함량을 조절하는 연구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훌륭한 과학자를 만들어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토요프로그램 때문에 학교에 나갔다. 학생들이 토요일에 나와서 열심히 자기주도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문득 교정에 심겨져 있는 나무의 가지들이 떠올랐다. 이들이 자라서 우리나라를 단단하고 웅장하게 뒷받침하고 이끌어나갈 리그린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학교가 아름다운 이유는 학생들이 와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학교 그 자리에 나무는 항상 있다. 베지 않으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