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처럼 위태로운 사랑 ‘안나 카레니나’
불꽃처럼 위태로운 사랑 ‘안나 카레니나’
  •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 승인 2013.03.1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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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올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니 허탈감과 허무함이 밀려온다. 내 안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들을 집안 곳곳에 두고 틈 날 때마다 읽고 있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은 오래전 읽어 기억이 가물가물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도서관에 근해 좋은 점은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인데, 서가에 세권이 고스란히 꽂혀 있다.

첫 장을 넘기니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 는 유명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불행한 가정의 이유는 천차만별로 다양하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될 듯.

광고 기획가 박웅현은 ‘책은 도끼다’에서 ‘안나 카레니나는 전인미답의 인생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들이 읽으면 힘들 때 외롭지 않은 책이다. 그들이 겪어나갈 사고의 혼돈, 인생의 질곡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과 행동이라는 걸 보여주는 책’이라고 말했다. 물론 나이가 든 사람에게도 세파에 흔들리지 않고 변하지 않는 고전은 좋은 콘텐츠이기도 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안나, 브론스키, 레빈, 키티 등 4명을 중심으로, 그 주변인물과 함께 스토리가 전개된다.

아름답고 품위 있는, 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 사교계의 여왕 안나에게 찾아온 치명적인 사랑 브론스키. 안나와 브론스키는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에게 빠져들고, 불꽃처럼 위태로운 사랑을 한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면 과거의 남자는 추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걸까? 능력 있고 듬직했던 남편은 갑자기 귀가 못생긴, 바라보면 짜증나는 사람으로 바뀌어간다. 모스크바로 떠난 안나와 브론스키는 나름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지만 불완전한 사랑으로 늘 불안해하는 안나의 눈에는 브론스키의 사랑마저 믿지 못한다.

기차역에서의 설레이던 첫 만남은 기차에 몸을 던진 안나의 죽음으로 그들의 사랑도 끝이 난다. 사랑을 대하는 여자와 남자의 관점의 차이가 그들의 사랑을 파국으로 치닫게 한 것은 아닐까? 여자에게 사랑은 전부인 반면 남자의 사랑은 일, 사교와 비중이 비슷한 것 일수도. 한편으로 안나의 사랑은 집착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마음이 온순하며 따뜻한, 귀여운 여인 키티는 브론스키와 당연히 결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안나를 따라간 브론스키에 대한 충격으로 병을 앓는다. 브론스키에게 키티는 어떤 의미였을까? 부친의 말처럼 키티를 유희의 대상으로 생각한 것일까? 방황하던 키티는 결국 자신의 곁을 맴돌고 있던 레빈과 결혼하고, 시골에서 아이들과 함께 편안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키티와 브론스키가 만났더라면 과연 행복했을까?

레빈은 이 소설에서 큰 흐름으로 이어진다. 톨스토이의 사상을 가장 잘 반영한 레빈은 지주임에도 농부들과 함께 직접 농사를 짓고, 새로운 농업기술을 도입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묘사된다. 무신앙에 대한 갈등도 하면서 힘든 순간에 종교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안나 카레니나는 단순한 러브 스토리가 아닌 러시아의 농노 해방과, 러시아 혁명을 다룬 사회 소설이다. 세권을 읽는 동안 지식인들의 정치 이야기가 거의 반을 차지하는지라 긴 호흡으로 읽어야 했지만, 읽고 나니 무언가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뿌듯해진다.

당분간 기차역을 보면 안나의 충동적인 죽음이 떠올라 먹먹해 지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연한 먹빛이 되겠지. 한번 뿐인 삶 충동에 이끌리기 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며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안나 카레니나는 오는 21일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된다.

※ 매주 금요일 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읽기 코너를 신설합니다. 필진으로는 정선옥 충북중앙도서관 사서, 하은아 옥천도서관 사서, 민은숙 괴산동인초 사서교사, 이헌경 음성대소초 사서교사가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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